어느 날 검은 구름이 사방에서 일어나고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뇌성벽력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그 어지러운 틈에 선생의 어머니가 자취없이 사라져버렸다.

집 뒤의 일악령이라는 산에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밤에 최치원의 아버지가 달려가 그 바위를 살펴보니 바위가 저절로 열리며 그 속에서 불빛이 새어나왔다. 들어가 보니 땅이 넓고 이상한 골짜기와 숲에 그윽하고 이제껏 보지도 못한 새가 꽃 사이에서 지저귀고 있었다. 그곳은 신선의 세계였다.

동쪽으로 한참들어가니 화려하기 그지없는 집한채가 있었고 그 속에 황금 빛 돼지가 여인의 무릎을 베고 용문석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주위에는 수많은 선녀들이 그를 옹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인은 바로 자기의 부인이었다.

그가 향을 날리니 부인은 그 남편이 구출하러 온 것을 알게되었다. 그리고 최치원의 어머니는 황금빛 돼지가 따뜻한 물에 불려진 사슴의 가죽을 가장 무서워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 부인은 사슴 가죽으로된 주머니 끈을 입속에 넣어 불린 다음 돼지 목에 딱 붙여 버렸다. 그래서 돼지는 곧 죽게 되었다.

거기에서 구출된 부인은 얼마 되지않아서 아들을 낳았는데 부인이 금돼지에게 잡혀간 일이 있었기 때문에 태어났으므로 아들을 바닷가에 버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하늘의 선녀가 내려와서 어린 아이에게 젖을 먹여 키우지 않는가?
이상하게 여기 부모가 애를 데려 오려고 찾아 나갔으나 그 때는 이미 종적을 알수가 없었다.
돌아오려던 그들은 어디선가 글을 읽는 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니 한 아이가 바다가운데 높은 바위 위에서 글을 읽고 있었다.

아이는 돌아오려하지 않았다.
이 때 한 백발노인이 나타나서 다음과 같이 일러주었다.
"그 아이는 본래 문창성(文昌星)인데 잠시 인간 세계에 내려와 최씨 집에 인연하게 되었노라. 아이의 어머니가 돼지의 변을 당하여 14삭만에 생산하였으니 이는 자고로 이인(異人)은 열달이 넘은 후에 태어나는 법이라, 이 아이는 그대의 아들이 분명할뿐 아니라 그 돼지는 심상한 돼지가 아니로다" 라고 하였다.

이에 아이는 부모를 따라와 자라게 되었다.

숲속이나 시냇가에는 뱀이나 개미들과 같은 벌레나 해충이 있게 마련이다. 숲속의 조용한곳을 찾아서 앉아 있노라면 이러한 해충을 조심해야함은 누구나 다 아는 바이다.

그러나 상림숲에는 뱀이나 개미같은 해충이 없기 때문에 숲속의 어디를 가나 마음놓고 앉아서 쉴수가 있다.
상림의 땅이나 숲이 다른곳과 다른 것은 하나도 없이 같은 지질일것이고 수목인데도 상림만이 이러한 해충이 없는 까닭은 선생의 지극한 효성으로부터 비롯된것이라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

전하는바에 의하면 선생이 홍수를 예방하고 농경지에 물을 대기 위해서 상림에 제방을 쌓고 나무를 심어 가꾸었으며 지금의 우거진 수목들은 그 때 심어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선생은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는데 어찌나 효성이 지극한지 남들은 흉내도 못내었다고 한다 . 조석으로 문안을 드리며 어디 갈때는 반드시 말씀을 드리고 돌아오면 어머니를 뵈었다고 한다. 어머님의 기쁨을 자기의 기쁨으로 여기고 어머님의 근심을 자기의 근심으로 삼아 어머님의 뜻에 조금도 어긋남이 없는 효도를 실행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어머니 혼자서 바람을 쐬일겸 상림숲에 놀러 나가서 풀섶에 앉아 놀다가 뱀을 보고 깜짝 놀라서 집에 돌아와 아들에게 뱀을 보고 놀란 이야기를 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선생은 어머니에게 송구함을 금치 못하여 상림숲으로 달려가서 숲을 향해 『이후로 상림 숲에는 뱀이나 개미같은 모든 해충은 일체 없어져라. 그리고 다시는 이 숲에 들지말라』라고 주문을 외웠다고 한다. 그 일이 있은 이후로는 주문 때문인지 아니면 지극한 효성때문인지 알수 없으나 모든 해충은 사라지고 법접하지를 않는다고 하는데 전하는 바에 따르면 선생의 어머님을 위하는 지극한 정성에 하늘이 감동하고 미물도 감동하고 그의 효성에 따른것이라고 하니 과연 선생의 효는 하늘을 움직이는 효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