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곡면

함양의 전설

중과 여인의 불륜 [갈까 말까 논배미에서]

병곡면 송평리에서 북쪽으로 시오리쯤 올라가면 원산리(원팅이 또는 원통)라고 부르는 마을이 나타난다.
그 원산리 북쪽엔 민재봉이라는 산이 있고 그 산 밑에는 전답이 있는데 (갈까말까배미)라고 불리는 논다랭이가 있다.
이 논을 그렇게 부르게 된 것은 옛날에 그만저만한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앙기를 맞이한 농사철이라 정신없이 바쁜 오월 어느날 이곳을 지나가던 중이 하나 있었다.
논에서 옷을 걷어올려 하얀 허벅지를 들어내 놓고 열심히 모를 심고 있는 한 여인을 보고는 음심이 발동하기 시작하였다.
주위를 살펴보니 마침 들에는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고 홀로 모를 심고 있는지라 여자를 구슬려 보고 싶은 욕망이 더욱 뜨겁게 달아 올라 말을 걸었다.

“이보시오. 보살님 안녕하십니까?”

중은 그 여자를 보고 보살님 이라 부르며 말을 걸었다.

“예, 부처님의 공덕으로...... ”

하고 대답을 하며 그 여자는 중을 쳐다보았다.

그 때 중은 끈적끈적한 눈길을 주며 웃음을 짓자 그여인은 흠칫하는 듯 하더니만 이에 화답하는 애교띤 미소를 지었다.

“보살님, 날씨가 더운데 저기 나무숲 그늘에서 땀을 식힌 후에 일을 하시지요. 보아하니 얼굴상이 보통이 아닌 것 같은데 내 보살님의 관상을 보아 드리리다.”

이렇게 하여 중이 그 여인을 숲속으로 유인하여 운우를 즐겼다.
이후로 산속에 있던 중은 외롭거나 가끔 여자 생각이 날 때면 마을로 내려와 그 여인과 내통을 하여 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다.

어느 가을날이었다. 그 중이 살던 절과 그 마을의 중간쯤에 감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감 홍시가 빨갛고 탐스럽게 익어가고 있었다.

어느 사냥꾼이 이곳을 지나가다가 이를 보고 출출하던차에 허기도 면할 겸 해서 감나무에 올라가 홍시를 따먹고 있는데 산 밑에서 타박타박 걸어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사냥꾼은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까 한 여자가 올라와 바로 그 감나무 밑에서 멈추는 것이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빛이 역력하더니 조금 있으려니까 산 위쪽에서 중 하나가 터덜터덜 걸어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이 감나무 밑에서 서로 만나 중이 여자를 대뜸 끌어안으며 뭐라고 속삭이자 여자가 대답하였다.

“이젠 더 이상 자주 만날 수가 없어요. 꼬리가 길면 밟히기 십상이예요. 그러니까 이젠 내년 사월 초파일에나 만나요.”

“쓸데없는 걱정 말아.”

“정말 조심해야 해요. 우리 개똥애비가 알게 되면 끝장이예요.”

“허허 걱정 말래두. 모든 일은 부처님이 지켜주실 거야. 아무 쓸데없는 생각은 아예 말고 매월 초하룻날이면 오늘처럼 여기서 꼭꼭 만나자구.“

“안된다니까요. 들키면 끝이예요.”

“허허 걱정 말래두 그러네. 안되면 내가 데려다 살리다.”

“아뭏든 내가 이곳으로 찾아오긴 힘들어요. 짬을 낼 수 없다니까요.”

“그렇다면 내가 마을로 찾아가리다. 이렇게 하면 될 것이오. 개똥아비가 장사를 나가 집을 비우는 날엔 깨진 질그릇을 대문 옆 돌담 위에 올려놓고 집에 있을 때엔 그 질그릇을 내려놓으면 내가 그 표식에 따라 임자와 안심하고 만날 수 있지 않겠나?”

“옳아, 맞아요. 그렇게 하면 되겠네. 역시 대사님의 지혜는 아무도 따를 수 없다니까요.”

“그래 내가 어떤 날이건 가릴 것 없이 임자집으로 달려가 담장에 깨진 질그릇이 놓여 있는것만 보고 임자의 방으로 들어가리다. 그렇게 하면 거침없이 부처님께서 점지하신 이승의 즐거움을 만끽하리다.”

이렇게 매듭을 풀고 중은 가사를 벗어 풀밭에 깔고 계집을 눕힌 뒤 치마를 걷어 올렸다. 둘은 오랜만에 치루는 일이라 그 즐거움은 골육이 감당하기 어려웠다.
번갈아 지르는 운우의 감창(甘唱)소리가 온 산을 울리는 듯 하였다.

감나무 위에서 이 짓을 보고 있던 사냥꾼은 저도 모르게 흥분되었다.
한참 동안의 일이 끝나자 여자는 몸을 일으키고 저고리를 걸치며 중얼거렸다.

“혹시 아기를 갖게 되면 어떡해요. 개똥아비는 개똥이를 낳은 후 건강이 좋지 않아서 배태를 못시키는데요.”

여자는 근심스럽게 말했다.

“허허! 걱정도 팔자네 그려. 계집의 소갈머리는 쥐꼬리만해서 별 희안한 걱정도 다 하네. 이봐, 걱정마 설혹 임자 뱃속에 아기가 생긴다 해도 위에서 내려다 보시는 뿐께서 뒷 감당을 해주실텐데 뭘.”

그 말을 듣자 아까부터 감나무 위에서 흥분한 가운데 숨을 죽여가며 구경을 하던 사냥꾼이 깜짝 놀라 외쳤다.

“쓸데 없는 소리 하지마. 재미는 저희들끼리 보구 뒷감당은 내게 다 시킨다고? 염치도 좋은 놈이다'

하늘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자 두 연놈은 깜짝 놀랐다.

이에 계집은 도망쳐 내려가고 중놈도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사냥꾼의 목소리를 하늘의 목소리로 알고 땅바닥에 폭 엎드려 떨면서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중얼거린 후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나 절간으로 달아나 버렸다.

그 후 중은 욕정이 불타오를 때마다 참지 못하고 절간을 뛰쳐나와 계집이 있는 마을로 향하다가 애당초 그 계집이 모를 심던 논배미에 이르러 그날 감나무 밑에서 듣던 그 사냥꾼의 목소리가 하늘의 목소리로 알고 그 계집의 집에 찾아갈까말까 망설이곤 하였다.

그 때부터 그 논배미는 갈까말까배미로 불리워지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불려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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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0 14: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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