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곡면

함양의 전설

왕무덤골의 불효자 [천벌을 받은 불효자]

병곡면 송평리 동쪽에 '왕무덤골'이라 불리는 골짜기가 있다.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은 대부분 효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이 골짜기의 전설은 그와는 달리 천하의 패륜아요, 불효 막심한 탕자에 대한 이야기다.

예나 지금이나 주색에 빠진 사람은 탕자요, 패륜아요, 폐인이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먼 옛날에 이곳 송평에 늙은 노모를 모시고 살아가는 한 부부가 있었다.
남편되는 사람은 천하의 게으름뱅이였으며 난봉꾼이었다.
벌써 게으르고 난봉꾼이란 말만 들어도 그의 인생은 어떤 생활을 했는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많았으나 주막을 드나들며 술을 마시고 여자들과 놀아나는데 재산의 대부분을 탕진하고 말았다.
그래도 그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갖은 잡놈 짓을 다하고 다녔다.
정숙한 그의 아내는 남편의 버릇을 고치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고치지 못하고 결국 홧병을 얻어 죽고 말았다.

그러자 그는 술집 접대부를 새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 때쯤에는 벌써 그의 재산은 모두 탕진되고 가정이 거덜난 후였다.
완전히 패가망신하여 빈 털털이가 되었다.

그는 이제 견디다 못해 그의 친척들에게 찾아가 식량을 얻으려 했다.

“양식이 떨어졌는데 쌀 한 말만 빌려주셔요.”

“너 같은 미친 놈은 우리 가문에는 없어. 네가 누군줄 난 몰라.”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봐 주시오.”

“어디서 얻어먹던 거지야. 어서 나가.”

하고 모두가 다 쫓아 내 버렸다.

“허 참, 별 희한한 놈들마저 나를 무시하는구나. 세상에 거참 인심 한 번 고약하다.”

난봉꾼은 아직도 자기 허물은 생각지도 않고 선량한 친척들의 바른 태도를 못마땅해 하며 투덜대었다.

그는 식량을 얻으러 돌아다녔으나 실패하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집안에서는 그의 새 여자가 늙은 어머니를 닦달하고 있었다.

“이런 망할 할망구 같으니라고. 뒷간(화장실)을 지척에 두고 똥을 방에다 싸. 죽지 않고 누굴 고생시키나.”

난봉꾼의 늙은 어머니는 난봉꾼 아들의 막나니 같은 행동 때문에 충격을 받아 미친 병을 얻어 대소변을 방에서 싸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난봉꾼도 이러한 노모가 싫어진 지 이미 오래 되었다.
산송장과 함께 사는 고달픔으로 여겨져 하루빨리 죽었으면 하는 마음 뿐 이었다.

“여보오, 영감 난 저 할망구와 도저히 함께 살 수 없어요. 그렇잖아도 빈 쭉정이 밖에는 없는 집에 살러 들어온게 후회막급인데 벼릉빡(벽)에 똥칠하는 할망구와는 도시 함께 살 수 없으니 알아서 처리해 주셔요.”

들볶는 계집의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는 그날 밤 늙은 어머니를 지게에 짊어지고 왕무덤골로 가져다 버렸다.
그가 산속에 노모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오자 고양이 같은 표정을 지었던 계집의 표정이 눈 녹듯이 풀리고 화색이 감도는 것이었다.

“영감, 이젠 집안 꼴이 풀릴 것 같아요. 그렇게 용변을 못 가리는 마귀같은 할망구와 함께 살면 굴러오던 복도 다른 데로 굴러가는 법이예요.”

계집은 간사하게 여우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임자 소견이 나보다는 났소.”

하고 난봉꾼이 덩달아 장단을 맞추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마른하늘에 검은 구름이 몰려와 온 하늘을 뒤덮고 으스스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장대 같은 빗줄기를 퍼부었다. 그리고 천둥 번개가 내리치기 시작하였다.
두 년놈이 겁에 질려 껴안았을 때 벼락이 떨어져 두 부부는 그 자리에서 새까맣게 숯검정이 되고 말았다.

두 사람이 그렇게 죽자 천둥번개와 장대비는 서서히 멈추기 시작하고 머지않아 검은 구름은 걷히어 다시 하늘에 별들이 총총 빛나기 시작하였다.
인륜을 저버린 년놈들에게 천벌이 내린 것이다.

고려장 장지이었던 '왕무덤골'은 불륜에 대한 경고인 듯 아직도 사람들에게 잊혀지지 않고 그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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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0 14: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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