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면

함양의 전설

노부부와 버선골밭 [노부부의 아름다운 사랑]

화림동 계곡과 더불어 함양에서고 아름답기로 이름난 심진동 계곡(용추계곡)을 들어가노라면 도중에 매표소와 주차장이 있는데 거기서 계곡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도로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절경을 바라보며 명상하듯 조용히 서있는 심원정이라는 정자 하나를 볼 수 있다.

계곡과 숲, 맑은 물과 기암괴석 등 정자 주변의 경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절경 중에 하나가 심원정이다.

이곳 심원정에서 마주 보이는 곳이 안의면 하원리 내동마을이라고 하는데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의 도로변에 '정태일의 처 안동권씨'라고 새겨져 있는 열녀비가 서있다.

이 비석은 늙은 부부의 애틋한 사랑의 슬픈 이야기를 지니고 있어 가슴이 메마르고 심장이 식어가는 요즈음 사람들에게 뜨거운 사랑의 불길을 되찾게 해 줄 수 있는 사랑 얘기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옛날 심원정의 맞은편 비탈진곳에 '버선골밭'이라는 밭이 있었다.
버선모양으로 생겼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 밭을 경작하는 주인은 슬하에 자식도 없이 부부가 단둘이 살아가고 있는 노부부였다.
한쌍의 원앙새도 시샘을 할 정도로 금슬이 좋은 노부부였었다.
서로 위로하고 사랑하며 도와 부부사이에 조그만한 틈도 없었던 것이다.

남편이 병이 나면 아내는 온 정성을 다하여 남편의 병이 낳을때까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약을 구하고 병간하였으며 아내가 피로하면 남편이 밥을 짓고 빨래까지 할 정도로 서로가 극진히 위하였다.

그들 노부부는 이 밭에 고추, 감자, 조, 콩 등 갖가지 곡식과 채소를 심어서 자식처럼 가꾸고 키우며 일하는 것으로 낙을 삼았다.

“여보, 콩이 황금나무처럼 탐스럽게 익어가네요.”

“그러게 말예요, 당신이 그토록 정성을 쏟았으니 금보다 귀한 콩이 아니고 뭐예요.”

두 사람은 언제나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 위로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한편 평화로운 이 마을에 어느때부터인가 몽달귀신이 찾아들어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곤 하였다. 무주고혼의 떠돌이 귀신인 이 몽달귀신은 일년에 한 번 씩 이 내동마을을 찾아들었는데 그 때마다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며 심술궂은 일을 저지르고 떠나가곤 하였다고 한다.

이 몽달귀신은 이번에는 금술 좋은 노 부부를 해치고 싶었다.

“저렇게 다정다감한 노부부를 보면 참을 수자 없지. 시기심이 발동하여 견딜 수가 없단 말이야. 어떻게 해쳐볼까?”

이 귀신은 노부부를 해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늙은 부부는 아침부터 일찍 밭에 나가서 왼종일 일을 하게 되었다. 아내와 남편은 각기 헤어져 밭 양쪽에서 김을 매 들어와 높은 둔덕이 있는 밭가운데서 만나기로 하였다.

“여보, 우리 양쪽에서 매어 들어와 가운데서 만납시다.”

“그래, 서로 빨리 만나기 위해서 열심히 맬수 있을거야.”

“심심하면 소리를 질러요.”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될거요.”

그들은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하며 일을 시작하였다.
한참동안 일을 하다가 아내가 남편쪽을 향하여 큰 소리로

'여보 어디 있어요 ?'

하고 불렀는데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아내는 둔덕으로 다가가 남편이 밭을 매어오는 쪽을 내려다 보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큰 호랑이 한 마리가 남편을 물어 뜯어 잡아먹고 있지 않은가. 기가 막히고 통곡할 노릇이었다.
남편의 비참한 모습을 본 아내는 눈이 뒤집히고 피가 솟구쳐 올랐다.

가냘프고 연약한 여자의 몸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남편을 살려야 겠다는 일념으로 아무런 겁도 없이 호미로 호랑이에게 달려들었다. 사랑의 힘이였으리라.
어디서 그런 무서운 힘이 생겼는지 알 수 없지만 아내는 호미로 호랑이의 두 눈을 빼고 사방을 찍어 상처를 입혀서 호랑이를 죽였다.
그러나 아내도 호랑이와의 사투를 벌인 끝에 큰 상처를 입고 쓰러져 죽고 말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비극이었다.

한편 이러한 노부부의 비극적인 사실을 안 마을 사람들은 남편을 살리려다 호랑이에게 죽어간 그 아내의 영혼을 위로하고 그들 부부애를 기리기 위헤 열녀비를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이 열녀의 용감한 투쟁으로 말미암아 심술궂은 호랑이(몽달귀신)가 죽은 후 내동마을은 재앙이 사라지고 살기좋은 마을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은 사이좋게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평화로운 마을을 가꾸어 가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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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0 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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