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면

함양의 전설

노첨지소(沼) [바람난 노인이 빠져죽은 소]

지리산 기슭, 여름이면 많은 등산객이 모여들고 있는 마천면 삼정리 양정마을 동쪽 계곡에 「노첨지소」라는 소가 있다.

옛날에 노첨지라는 노인이 이 부락에 살고 있었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20대 젊은이와도 같은 정욕이 타오르고 여자에 대한 소유욕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루는 벽소령에서 주막집을 경영하고 있는 주모를 유혹해 볼려고 주머니 속에는 술값으로 엽전을 두둑하게 넣고 벽소령으로 깐닥깐닥 올라가고 있었다.

이 벽소령의 주막은 산속에서 나무를 베어서 목기를 깍는 목기장이나 약초를 캐러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벽소령을 넘어 하동장에 장보러 오가는 장꾼들을 상대로 술을 팔고 국밥을 팔았던 것이다.

노첨지는 이 벽소령 주막의 주모가 마음에 들었으나 그 여인이 마음을 허락하지 않아 번번히 실패를 하고 술만 마시고 돌아오곤했던 것이다.
‘내 이번에 다시 꼬드겨도 이년이 앙탈스럽게 굴면 요절을 내고 말리라, 제까짓 것, 술집 계집년 주제에 장부의 요구를 거절하다니, ’
노첨지가 주모를 꼬드길 궁리를 하며 주막에 도착하였다.
술꾼들은 아무도 없고 주모 혼자 있었다.

“이봐 주모 잘 있었는가?”

“또 어떻게 오셨어요?”

하고 말하는 품이 내심 못마땅한 게 틀림 없었다.

“허허 뭐 그런 박절한 인사도 있는가, 주막에 술마시러 왔지 뭐하러 왔겠는가?”

하고 노첨지는 말했다.

그러나 노첨지는 그렇게 말해놓고도 섭섭한 마음에 성이 차지 않았다.
기실 주모를 꾀어보려고 왔지 술 때문이 아니었다.
주막이라면 이 벽소령 주막보다 더 술맛도 좋고 친절하게 맞이하는 가까운 주막도 있지 않은가,

노첨지는 주모에게 욕망에 찬 끈끈한 눈빛으로 훑어보며 술상을 부탁하였다.
치근덕거리는 영감이 못마땅하지만 마지못해 주모는 주안상을 차려가지고 들어왔다.

그는 쉬지도 않고 술을 몇 잔 계속 들이키고는 주모에게도 한잔 권하였다.
주모는 술잔마저도 거부한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되어 받아 마셨다.
이렇게 하여 결국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여 취기가 올랐을 때였다.

노첨지는 주모의 손을 덮석 잡으며

“이봐 주모, 이젠 이 장사도 지겹지 않아? 술장사 그만두고 우리 집에 들어올 수 없겠소? 그러면 남은 여생을 고생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겠소,”

하였다.

“에그 망측해라, 내가 아무리 술을 파는 아낙네라곤 하지만 어떻게 다 늙어빠진 영감님과 함께 살 수 있겠어요, 당치도 않는 말씀말아요,”

하고 쌀쌀하게 한마디로 거절하게 되었다.

“어디 앙탈이야, 임자가 우리 집에 오면 내 모든 재산이 임자거나 마찬가지지,”

노첨지는 주모의 손목에서 가슴으로 그의 손을 옮겨가며 음색을 드러내었다.

“왜 이래요?”

주모는 심히 불쾌해졌다.

그래서 노첨지를 골려줄려고 일부러 술에 독한 술을 섞어 먹였다.
장사꾼들에게 구한 화주(火酒)였다.
누룩술보다도 몇 곱이나 독할뿐더러 처음부터 많이 마시면 속에 불이 붙는 것처럼 화끈거리는 술이었다.
노첨지는 더욱 술에 취해 이번에는 주모를 겁탈하려 들었다.

때마침 달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첩첩 산중에 외로운 주막에 또 다른 사람이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밤이다.
미쳐 날뛰는 노첨지를 피해 밖으로 뛰어나와 주막 근처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뒤로 돌아가 숨어버렸다.

그러자 노첨지는

'주모 !' '주모 !'

하고 미친 사람처럼 주모를 부르며 찾기 시작하였다.

발정한 멧돼지를 찾아 날뛰는 숫놈처럼 취한 노첨지는 헛것이 보이기 시작하였는지 빈 허공을 손으로 움키는 시늉을 하면서 주모를 불렀다.
노첨지는 잡힐 듯 말듯한 주모의 헛것을 잡으려하는 듯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 벽소령 오솔길을 따라 내려갔다.
노첨지의 눈에는 빈 허공에 주모가 있는 것으로 헛보였기 때문인 것이라고 생각된다.

잡힐 듯 말듯한 주모의 환상을 쫓으며 노첨지는 길을 따라 가다가 그날밤 계곡 아래에 있는 소에 빠져 죽고 말았다.

다음날 계곡의 웅덩이에서 노첨지를 발견한 동네 사람들은 노첨지가 손에 무엇인가를 잡고 있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마을 사람들은 노첨지가 음욕에 미쳐 밤새 귀신하고 실랑이를 치다가 죽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 때부터 이 소를 '노첨지소'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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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9.18 11: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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