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함양의 전설

시비정거리 [문제 해결을 위한 조상들의 지혜]

예나 지금이나 대중들의 여론은 무시할 수 없다. 독불장군이 없다는 말도 제 혼자 아무리 똑똑한 체 해도 일반 대중이 호응해 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뜻에서 비롯된 말이다.

대중들의 여론으로 해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 나간 우리 조상들의 슬기로운 이야기가 있다. 시비정거리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함양읍 운림리에 위치한 시비정거리는 지금은 경남맨션 뒤 사거리가 있는곳에서 위천수 제방뚝 쪽으로의 거리를 말하며 '구장터'라고 불리어진다.

근세 이후로 마을주민들 간에 문제가 생기고 시비가 붙으면 여론에 따라 시비를 가리기 위해 사람들이 모인 거리였다고 하여 시비정거리라고 불렀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모여 휴식이나 대화를 나누던 곳이였지만 세월이 흐름에 따라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또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고 그러한 문제들이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그것이 차차 대중의 여론에 따라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시비정거리에서 어떤 문제에 대해 시비를 가리기 위해 모이면 해당사건의 당사자들로부터 그 상황을 자세히 듣고 모인 사람들이 공정하게 시비를 가렸다.
지금의 배심제 재판 제도같은 민주적제도나 혹은 공산주의자들의 인민재판, 여론재판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시비정에 얽힌 이야기가 많이 있겠으나 그 중 한가지만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근세조선 후기에 위천수를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김씨라는 사람과 박씨라는 사람이 농사를 짓고 살았다.
이들은 사는 집이 각각 위천수의 양쪽으로 떨어져 마주 보고 있었고, 또 그들이 소유한 농경지는 서로 강건너 반대편에 있었다.
김씨와 박씨라는 사람은 서로가 자기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부득이 위천수를 건너서 맞은편으로 가야 했다.

그 당시에는 지금처럼 다리가 놓인 것이 아니라 물을 건너기 위해서는 징검다리를 건너야 했던 시대이므로 농사를 짓는데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비가오고 물이 넘치면 징검다리마저도 떠내려가 강을 건너지 못하고 물이 빠질 때까지 농사일을 미루어야 할 정도였다.

그래서 김씨는 박씨에게 한가지 제안을 했다.

“우리가 같은 농사일을 하고 있지만 서로가 강을 건너야만 농사를 짓게 되는 불편함이 있으니 당신의 농경지와 내 농경지를 서로 바꾸어 경작을 하는 것이 어떻겠소? 그렇게 하면 강을 건너야 하는 불편이 없으니 그 어찌 편리한 일이라 아니하리오. 바꾸어서 농사를 짓도록 합시다.”

하고 제안을 하였다.
제법 편리하고 그럴듯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그대로 맞바꾸기에는 서로가 소유한 농경지의 면적이 다르다.
김씨보다 한마지기가 더 많은 박씨는 맞바꾸면 손해를 보아야 하는 것이었다. 이에 한참을 생각하고 있던 박씨가 말하기를

“당신의 논보다 내논이 한마지기 더 많으니 맞바꾸면 내가 손해가 아니겠소. 그러니 앞으로 오년간만 한마지기에서 수확한 농작물의 절반을 나에게 더 주시오.”

하고 말했다.
김씨는 그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박씨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서로 농경지를 바꾸어 농사를 짓게 되었다.

이리하여 두 사람 모두가 농사일로 강을 건너야 하는 불편이 사라지고 나니 농사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서로가 마음 편하고 수월한 농사를 지을 수 있어 좋았다. 김씨는 한마지기 수확량의 절반을 해마다 박씨에게 건네 주었다.
서로의 불편함이 없이 4년째 계속 약속이 잘 이행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일, 쉬운 일이라도 문제가 일어나고 뒤틀리는 일은 생기게 마련이다. 이 일도 김씨와 박씨가 약속한 5년째에 접어들던 해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김씨가 박씨의 논에서 금덩어리를 하나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김씨가 금덩어리를 발견하자 이 소문은 사람의 입을 통하여 박씨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박씨는 박씨대로 은근히 욕심이 생기게 되어 김씨에게 말하기를

“애당초 당신과의 약속은 5년동안 농토에서 수확한 농작물의 절반만을 주기로 약속하였지 농작물이 아닌 금은 아직은 내 땅에서 나왔으니 전부 내꺼요.”

하였다.
김씨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그는 박씨에게 말하기를

“당신과 약속하기를 농작물의 절반만 주기로 하였지 그 외의 다른 것은 건네 주기로 한 약속이 없었으니 금은 내가 가져야 옳을 것이요.”

하며 김씨 역시 우기게 되었다.

두 사람이 서로 금을 갖기 위한 싸움은 몇 달이 지나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서로의 욕심 때문이다. 물욕이란 사람의 안면이나 인간성까지도 팔아먹는 가장 좋지 못한 것이다.

이리하여 시비정거리에서 동네 사람들을 모아 놓고 금덩어리 소유를 위한 시비를 가리기로 하였다.

모인 마을사람들은 김씨의 말을 들으면 김씨의 말이 옳고 박씨의 말을 들으면 박씨 말도 옳았다. 어느 누가 옳은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어떤 일이건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는 있게 마련이다.
이 시비정거리에 모인 사람들 중 정씨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두 사람이 똑같이 금을 나누어 가지는 게 어떠하오?'

하였으나
두 사람은 서로의 욕심 때문에 정씨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것도 저것도 안되니 도무지 해결의 방도가 나오지 않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참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참 생각하던 후에 정씨라는 사람이 두 사람에게 이르기를

“만약에 논에서 발견한 게 금덩이가 아니고 돌이었다면 어떻겠소? 벌써 당신들이 서로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싸움을 계속한 지도 수 개월이 지났소. 금에 대한 당신들의 욕심이 너무 지나치다 보니 이젠 여기 모인 사람들도 당신들의 욕심에 울분을 금치 못하겠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우리 모두는 금을 어느 누가 차지한다 하여도 자기의 욕심만을 채우는 사람과는 한 동네에서 같이 살지 못하겠으니 두 사람중에 금을 소유하는 사람은 즉시 이 마을을 떠나는 게 옳은 일일 것이요.”

하고 꾸짖었다.

모여있던 마을 사람 모두가 정씨의 말이 옳다고 하였다.
이에 김씨와 박씨 두 사람은 자기들의 지나친 욕심이 마을 사람들에게 도리어 미움을 사게 되었고 금을 서로 차지하기 위하여 싸웠던 일이 부끄러워 자신들의 과오를 뉘우치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동네 사람들을 위해 성대한 잔치를 베풀고 가난한 이웃을 도와주고 마을을 위해 많은 일을 하였다. 그리고 남은 금덩이의 일부를 사이좋게 서로 나누어 가지고 화목하게 살았다 한다.

이와 같이 시비정거리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중지를 모아 미풍양속에 어긋나지 않게 시비를 가리던 조상들의 현명한 지혜 이야기가 오늘에까지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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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7 13: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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