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
지리산 천왕봉
- 작성일
- 2019-02-26 22:38:50
- 작성자
- 정두효
- 조회수 :
- 944
바람이 세차게 불어오고, 가로띠로 붉게 퍼져있던 동쪽 하늘이 펑 터지며 해가 솟았다. 초속 463m로 차오르는 햇빛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대지는 어둠에서 깨어났다. 셔터소리에 역광을 받은 사람들의 검은 형체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일출은 거대하고 환상적이었다.
새벽5시30분, 대피소를 나와 정상으로 발길을 옮겼다. 바위에 내려 있는 달빛을 밟으며 한발씩 걸었다. 시작과 함께 앞에 다가온 가파른 바위계단이 숨을 헐떡이게 했다. 정상으로의 길은 대부분 세로로 서 있는 바위 언덕이었다. 정상이 500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났지만 길은 이리저리 돌아서며 이어져 갔다. 달빛은 바위에 부딪혀 부드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정상 200여 미터 전 우뚝 선 바위에 두 사람의 형체가 어른 거렸다. 우리보다 먼저 오른 사람들이 자리를 옮겨가며 새벽산의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햇살이 지상에 닿으며 세상이 밝아오자 천왕봉에 도전할 산은 없었다. 동서남북 길게 펼쳐 있는 산들은 모두 이곳 봉우리로 모여들었다. 천왕봉은 바위들이 겹쳐져 쌓여 있는 탑이었다. 수 만년, 수 십억 년을 두고 비와 바람에 연마되어 표면은 맑고 윤기가 났다.
천왕봉에 오르기 위해 하룻밤을 보냈던 장터목대피소는 저녁 8시에 불이 꺼졌다. 백무동에서 시작된 산행의 피로는 쉽게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게 했다. 새벽2시에 깨어나 밖으로 나왔다. 고도 1600m, 고요하게 잠든 산들 위로 하현달이 서쪽으로 떠가고 있었다. 달은 모든 사물을 부옇게 비추고 높은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달빛과 별빛이 어우러진 겨울산 밤 하늘은 아름다웠다. 생명들이 잠든 한밤이지만 세상은 달과 별. 먼 도시의 불빛으로 깨어있었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성취에 대해 축하의 말들을 건네곤 한다. 서로에게 하는 말들은 따뜻 했고 성공적인 산행을 바라는 마음들이 느껴져 왔다. 출발과 하산 후 들렸던 백무동 어느식당에서의 비빔밥과 막걸리. 파전의 맛, 그리고 수 십년만에 맛 본 노란콩자반은 어머니를 생각나게 했다. 기대했던 흰눈이 쌓인 산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1915m 천왕봉에 오르기 위해 새벽 길을 달빛. 별빛과 함께 걸으며 일출을 본 것은 큰 행운이었다.
정두효/ 2019.2.22
새벽5시30분, 대피소를 나와 정상으로 발길을 옮겼다. 바위에 내려 있는 달빛을 밟으며 한발씩 걸었다. 시작과 함께 앞에 다가온 가파른 바위계단이 숨을 헐떡이게 했다. 정상으로의 길은 대부분 세로로 서 있는 바위 언덕이었다. 정상이 500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났지만 길은 이리저리 돌아서며 이어져 갔다. 달빛은 바위에 부딪혀 부드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정상 200여 미터 전 우뚝 선 바위에 두 사람의 형체가 어른 거렸다. 우리보다 먼저 오른 사람들이 자리를 옮겨가며 새벽산의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햇살이 지상에 닿으며 세상이 밝아오자 천왕봉에 도전할 산은 없었다. 동서남북 길게 펼쳐 있는 산들은 모두 이곳 봉우리로 모여들었다. 천왕봉은 바위들이 겹쳐져 쌓여 있는 탑이었다. 수 만년, 수 십억 년을 두고 비와 바람에 연마되어 표면은 맑고 윤기가 났다.
천왕봉에 오르기 위해 하룻밤을 보냈던 장터목대피소는 저녁 8시에 불이 꺼졌다. 백무동에서 시작된 산행의 피로는 쉽게 깊은 잠속으로 빠져 들게 했다. 새벽2시에 깨어나 밖으로 나왔다. 고도 1600m, 고요하게 잠든 산들 위로 하현달이 서쪽으로 떠가고 있었다. 달은 모든 사물을 부옇게 비추고 높은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있었다. 달빛과 별빛이 어우러진 겨울산 밤 하늘은 아름다웠다. 생명들이 잠든 한밤이지만 세상은 달과 별. 먼 도시의 불빛으로 깨어있었다.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서로를 위로하고 성취에 대해 축하의 말들을 건네곤 한다. 서로에게 하는 말들은 따뜻 했고 성공적인 산행을 바라는 마음들이 느껴져 왔다. 출발과 하산 후 들렸던 백무동 어느식당에서의 비빔밥과 막걸리. 파전의 맛, 그리고 수 십년만에 맛 본 노란콩자반은 어머니를 생각나게 했다. 기대했던 흰눈이 쌓인 산은 볼 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1915m 천왕봉에 오르기 위해 새벽 길을 달빛. 별빛과 함께 걸으며 일출을 본 것은 큰 행운이었다.
정두효/ 2019.2.22
- 담당
- 문화관광과 관광기획담당 (☎ 055-960-4520)
- 최종수정일
- 2024.02.07 22:2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