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나오는 산 전설

화개면 정금마을 "노루목"에 얽힌 전설로서 지리산이 세상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오던 중 개울가에서 빨래하던 어느 요망한 여자가 "산이 걸어 나온다"고 소리치는 바람에 그만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버렸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지리적으로 고정 불변의 존재인 산이 들판(세상)을 향해 걸어 나왔다는 것은 바로 산의 생명성과 능동성, 지향성을 뜻하는 것으로서 지리산의 모성적 토대 위에서 자생력을 회복한 저항과 변혁세력이 새 세상을 꿈꾸며 들판을 향해 내려오던, 나아가 들판문화를 크게 위협하기도 했던 역사들을 상징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사실 산은 들을 향해 `열린 공간'이자 또한 들보다 높고 험해서 `닫힌 공간'이 되기도 한다. 때문에 들판문화가 강고 하고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때 산은 그 압력을 자연히 받게 되지만 역으로 들판문화가 느슨해져 산 자체의 동질성과 자생성을 확보하기에 이르면 산은 들판문화에 저항하고 나아가 크게 위협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띤다.

이와 같이 지리산은 모성의 산으로서의 모습과 부성적인 산으로서의 모습 양면을 띠는데, 이것을 흔히 `지리산의 이중성'이라 부르며 고 박현채 교수는 `수동성'과 `능동성'이란 말로 정리한 바 있다.

분명 지리산은 정치 사회적인 과도기나 이행기에서 이제까지의 수동적인 모습을 벗고 능동적으로 역사 전면에 나서곤 했다. 또 그러한 역할은 근대로 올라올수록 더욱 큰 비중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담당
문화관광과 관광기획담당 (☎ 055-960-4520)
최종수정일
2023.12.18 15:3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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