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륙전중건 전설

화엄사 경내에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불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에 속하는 각황전이 서있다. 본디 이름이 장륙전 (丈六殿)이었던 이 건물은 조선 중기인 숙종 25년에(1699) 공사를 시작하여 4년 만에 완공되었으며, 공사의 마무리와 더불어 숙종으로부터 각황전(覺皇殿)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다.

각황전이 건립되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데 다음 설화에 그 어려움이 잘 드러나 있다.

벽암스님의 제자였던 계파스님은 스승의 위촉을 받아 장륙전 중창불사를 시작했으나 어디서 어떻게 지원을 받아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래서 밤새 대웅전의 부처님께 기도를 드리는데 비몽사몽간에 한 노인이 나타나 말했다. "그대는 걱정 말고 내일 아침 길을 떠나라. 그리고 제일 먼저 만나는 사람에게 시주를 권하라"하고는 사라졌다.

이에 용기를 얻은 계파스님은 다음날 아무도 몰래 절을 나섰다. 한참 길을 가다 보니 간혹 절에 와서 일을 돕고 밥을 얻어먹곤 하던 노파가 걸어오는 것이었다.

스님은 난감하기 이루 말할 수 없지만, 간밤에 받은 계시를 지워 버릴 수 없어 그 노파에게 장륙전 건립의 시주를 청했다. 어이가 없기는 노파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런저런 사정을 얘기하면서 하루종일 간청하는 스님에 감동되어 눈물을 흘리며 큰 발원을 하였다. "이 몸이 죽어 왕궁에 태어나서 큰 불사를 하리니 부디 문수대성은 큰 가피를 내리소서"라는 말을 마친 노파는 길 옆 늪에 몸을 던졌다.

스님은 너무도 갑작스러운 사태에 놀라 멀리 도망쳤다. 몇 년 뒤 걸식을 하며 돌아다니다가 서울에 나타난 계파 스님은 궁궐 밖에서 유모와 함께 나들이하던 어린 공주를 만났다.

공주는 스님을 보자마자 반가워 하며 매달렸다. 공주는 태어날 때부터 한쪽 손을 꼭 쥔 채 펴지를 않았는데, 계파스님 이 안고서 쥔 손을 만지니 신기하게도 손이 쫙 펴졌다. 그리고 그 손 안에 '장륙전'이라는 세 글자가 씌어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숙종은 계파스님을 불러 자초지종을 듣고 감격하여 장륙전을 다시 지을 수 있도록 시주하였다. 이 이야기는 비록 절 밥을 얻어먹는 하찮은 거지라도 청정한 공덕을 쌓아 장륙전 중창에 힘이 되었다는 감동을 주고 있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 공주의 아버지 숙종에게는 딸이 없다. (출처: 답사여행의 길잡이6 지리산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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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과 관광기획담당 (☎ 055-960-4520)
최종수정일
2023.12.18 15: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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