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면

함양의 전설

일시에 거지가 된 부자 [거지들을 막기 위해 함박산 주름을 끊음]

인간이란 남의 처지를 이해할 줄 알고 남에게 베풀 줄 알아야 인간다운 삶을 산다고 할 수 있다.
남의 어려운 처지를 모르고 남을 도울줄 모르는 사람은 짐승처럼 불쌍하게 느껴진다.

명심보감에 하루라도 착한 일을 하게 되면 복은 비록 금방 나에게 오는 것을 볼수 없지만 재앙은 나에게서 멀어지게 마련이고
하루라도 악한 일을 하게 되면 재앙은 금방 나에게 오는 것을 느끼지 못해도 복은 나에게서 이미 떠나가고 있다는 말이 있다.

풍성하게 잘 살면서도 남에게 베풀기를 꺼리는 사람은 있는 복도 나가게 마련이다.

서상면 오산마을에 가면 마을 좌측을 돌아 마을을 감싸면서 돌아가는 끝부분이 약간 솟은 산봉우리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산을 함박산이라고 부른다.

이 함박산이 마을을 품어 감싸는 듯한 오산마을에는 1년에 쌀 천석을 거두어 들이는 부자가 살고 있었다.
산간마을에서 참으로 큰 부자라 아니할수 없었다.
그러기에 인근의 거지들은 쪽박을 들고 이 집으로 몰려와 동냥을 하였고 매일같이 지나가는 과객들마저 이 부자집에서 신세를 지고 가곤 하였던 것이다.

옛날에는 하도 가난하고 못살아 거지들도 많았고 지나가는 과객들도 아무 집이라도 밥술이나 끓여먹고 살만한 집이면 찾아들어 묵어가곤 하던 시대였다.
그 부자는 거지들이나 과객들에게 은혜를 베푸는 일에 지쳐 있었다.
이제는 그들 시중에 넌저리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래서 거지들이나 과객들에게 역정을 내고 욕설을 퍼붓곤 하였다.

'거지 새끼들, 사방에 마을이 얼마든지 있는데 허구한 날 우리집에만 몰려오다니 내 살림을 축만 내고 귀찮게 구는 고약한 녀석들.'

하고 주인은 불평을 털어놓곤 하였다.

그런데 어느날이었다.
하얀 백발과 흰 수염을 길게 늘어드린 노인이 찾아왔다.

“주인나리, 날도 저물고 노자도 떨어졌습니다. 황송하지만 오늘 밤 하루 저녁만 주인 나리의 울 안에서 묵어갈 수 있도록 은혜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하고 노인은 간곡히 청했다.
행색을 보아 범상치 않은 노인이라는 걸 주인은 느낄 수 있었다.

주인은 그 노인에게 잠자리를 베풀고 특별히 음식을 마련하여 잘 대접하였다.

“우리집에는 과객과 거지가 들끌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으니 이런 불청객들이 절대로 찾아오지 않게 하는 방법이 없을런지요? 혹 방법이 있으시면 알려주십시오.”

하고 주인은 의젓하게 보이는 그 노인에게 청했다.

“방법이야 있지요.”

“그게 뭡니까?”

“마을 왼편을 감아 돌면서 마을 앞을 막고 있는 함박산의 주룽을 끊으면 될 것이 아니오.”

하고 알려주었다.
복을 가져다 주는 함박산의 맥을 끊으면 마을이 망할 것이고 망해서 가난해지면 거지들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노인이 알려 준 그 곳 함박산 주룽은 풍수지리학설상 좌청룡의 목에 해당하는 부분이었다.
이 천석꾼은 그러한 눈치도 모르고 앞뒤 생각도 없이 시키는 대로 함박산의 주릉을 하인들과 일꾼들을 시켜 괭이로 파게 하였다.

산의 주룽을 끊어버리자 이상하게도 그 자리에서 하얀 구름과 같이 아름다운 학 두 마리가 나와 한 마리는 남쪽으로 날아가고 다른 한 마리는 북쪽으로 날아가 버렸다고 한다. (그 후 이곳으로 오솔길이 나게 되었고 사람들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주룽을 끊고 나자 그 다음 날 삼라만상이 어둠에 가득 잠긴 오밤중에 이 마을 한 가운데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았다.
위치로 보아 천석군의 집 안채가 틀림없었다.

“불이야, 불이야,”

“천석군의 집에 불이 났소.”

불길이 바람을 타고 거세게 타올라 손을 제대로 써 보지도 못하고 다 태우고 말았다.
대궐같은 집이 일시에 다 타고 숯검정만 남아 폐허가 된 천석군의 집기둥과 서까래등 모든 것이 허무하기 이를데없다.

부귀영화는 일장춘몽이란 말이 있다.
이 부자도 일장춘몽의 꿈에서 깨어날 때가 된 것이다.
한숨과 후회를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이 부자는 일시에 망하게 되었고 이 동네마저 덩달아 빈촌으로 변하게 되었다.

천석군 부자의 후손과 마을 사람들은 잘랐던 산허리를 다시 메우고 산줄기를 잇기 위해서 돌담으로 성을 쌓아 옛날과 같이 되돌리려고 했으나 날아가버린 복이 다시 찾아올 리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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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0 14: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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