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면

함양의 전설

옹기장수 정씨 할아버지 [근면성실한 정씨의 아름다운 마음]

어디에서 어떻게 굴러왔는지는 모르지만 옛날에 한 옹기장수가 안의에 와서 자리를 잡아 살고 있었다.
그의 고향이 어디인지 그의 조상이 누구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장날을 찾아 이 장 저 장을 돌아다니며 옹기장사를 하여 돈을 모으고 알뜰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여러 해 동안 장사를 하여 논마지기를 사 모을 만큼 제법 돈을 벌어 모았다.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어 늘 근심에 쌓여 있었다.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마음을 둘 수 있는 고향이 있어야 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보금자리를 삼을 수 있는 가정이라는 것이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그 옹기장수는 일정한 거처가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장돌뱅이라는 것과 장가를 들지 못하여 아내와 자식이 없고 단란한 가정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늘 그를 서글프게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전국을 떠돌아 다니는 소리패들이 이곳 안의 장터에 오게 되어 시장 귀퉁이에서 소리구경을 하게 되었다.
북, 징, 꽹과리, 장구를 치며 풍물놀이를 하고 흥부가나 수궁가를 해학과 더불어 노래하곤 하였다.
그 놀이패 중에 이제 나이가 지긋하여 인기도 없고 피로한 기색이 완연하여 보이는 한 여자를 발견하고 그에 대한 동정심이 생겨 자꾸만 관심이 쏠리게 되었다.

그들은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면서부터 예사로운 느낌이 아니라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유유상종이라더니 떠돌이 신세를 가진 사람끼리 마음이 통한 모양이었다.

소리꾼이란 장돌뱅이보다도 더 떠돌이였다.
그들은 타고난 역마살이 끼어 매일같이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신세였다. 옹기장수는 말을 걸까 말까 머뭇거리다가 용기를 내어 소리꾼 여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다음엔 이 소리패들이 어디로 갈 계획이요?”

“진주로 갈 것입니다.”

그녀도 옹기장수를 피하지 않고 다감하게 대답을 해 주었다.

“저어….”

옹기장수는 자기의 내심을 이야기할까 말까 하다가 결국 속에 있는 제 마음을 비치지 못하고 말았다.

풍물패들은 안의장터에서 풍물놀이를 마치고 진주장터로 옮겨가게 되었다.
나이가 든 그 소리꾼 여인의 이름을 알아본 결과 매월이라고 하였다.
옹기장수는 매월이라는 여자 소리꾼에게 연모의 정이 끓어 올랐지만 용기가 없어서 자신의 뜻을 전해주지 못하고 말았다.

옹기장수의 마음은 마냥 설레이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나는 만큼 생각을 하면 생각하는 만큼 그에 따라 그 여인에 대한 그리움은 더 깊어져서 그녀를 보지 않고는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
시간이 가고 갈수록 견딜 수 없어 그는 매월이라는 소리꾼을 만나기 위해 진주장터로 달려갔다.

진주장터를 헤매어서 마침내 매월이를 찾아낼 수가 있었다.
그녀도 주변의 이목이 있어 드러내놓고 뭐라 할 수 없었지만 내심 옹기장수를 마음속으로 연모하고 있었다.

조용하고 포근한 마음을 가진 옹기장수와 함께라면 고달픈 인생길은 끝나고 평화롭고 행복한 새로운 길이 펼쳐질 것만 같았다.
또한 이젠 나이도 많아지고 몸도 약해져서 더 이상 사당패를 따라다니면서 소리를 할 처지도 못될 것 같고 오히려 도태되어야 할 것 같았다.
복숭아같이 붉고 아름다웠던 얼굴은 이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고 싱싱하게 피어나는 젊고 예쁜 소리꾼들에 밀려 제 자신의 밥값도 감당하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이었다.

그녀는 옹기장수와 함께 산다면 보다 즐겁고 새로운 생활의 보금자리를 이루는 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옹기장수는 그녀를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덥석 손을 잡고 한적한 곳으로 데리고 갔다.

“얼마나 찾아 헤매었는지 모르오.”

“어쩐 일로요 ?”

“난 이젠 그대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을 것 같구려. 염치는 없지만 나와 함께 살아보지 않겠소?”

하고 옹기장수 정씨가 말하자 매월이는 눈물을 글썽이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자기를 좋아해 주는 것만으로도 반갑고 고마운 말이었다.

“나와 함께 살기를 허락하는 거지요?”

“저같이 미천한 계집이….”

끝내 그녀는 눈물을 흘리는 것으로 옹기장수의 구혼에 응답하는 것이었다.

“미천하기는 나도 마찬가지 아니오. 내가 어디 사모관대 차림을 하는 양반도 아니지 않소. 장돌뱅이에 불과하오. 그러나 우리 두 사람이 마음을 합치면 남부럽지 않는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오.”

이리하여 옹기장수나 소리패 여인이나 두 사람 다 때늦은 결혼이었지만 뜻을 합쳐 결혼을 하였다.
오히려 서로 위로하고 서로 사랑하며 아낄 수가 있었다.
만혼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는 그들에게 어느틈에 여러 해가 지나갔다.
그러나 그들은 자녀를 하나도 두지 못했는데 옹기장수 정씨의 아내는 그것이 마치 자기의 잘못인양 자기 건강 때문이라 생각하고 늘 근심을 하게 되었다.

“여보, 미안해요. 당신이 그토록 바라는 아이를 갖지 못해서….”

“아니오. 내가 아들은 갖고 싶은 것이 소원이오만 그것이 어찌 임자의 책임이겠소. 우리는 서로 늦은 나이에 만났기 때문이라 생각하오. 그러니 너무 마음에 두고 괴로워하지 마오.”

남편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늘 근심하고 자탄하여 병을 얻고 말았다.
처음부터 약한 몸이었지만 괴로움과 한숨 속에서의 생활로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일어나지 못할 만큼의 중병이 되어 고생하다가 병을 이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옹기장수는 울며불며 애통해 하였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아내를 잊기 위해 장터를 찾아 떠돌아 다니게 되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많고 기력이 쇠하여 장터를 떠돌아다니지 못하고 안의에 있는 그의 집으로 돌아와 그가 사놓은 논마지기의 재산에서 나오는 세로 연명하다가 병을 얻게 되었다.
그러자 그는 죽기 전에 동민들을 불러놓고 유언을 하였다.

“내가 장터만을 떠돌면서 옹기장수를 하여 모은 돈으로 마련한 논 서마지기와 집, 그리고 재산을 모두 동네에 희사하고자 아니 받아주시오.”

그가 죽자 동민들은 그를 후히 장사지내고 일년에 한 번씩 묘사를 지내주었으며, 옹기장수 정씨의 일대기를 회상하곤 하였다.
지금도 안의에는 옹기장수 정씨의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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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0 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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