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면

함양의 전설

상사바위 [동자승을 짝사랑한 여인의 비운]

신라에 불교가 들어온 이래 이차돈의 순교로 말미암아 폭발적인 모습으로 번져나갔다.
불교가 한창 포교되던 신라 중기 사찰이 건립되고 암자들이 번창하던 때의 일이다.
함양에서도 가장 아름답기로 이름난 안의면 심진동 계곡을 올라가면 장수사가 있고 장수사를 중심으로하여 용추암, 은신암 등 많은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용추폭포 절벽 위에 용추사라는 절이 있는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절이 아니라 암자였었다.
이 용추암의 동쪽으로 약 1km쯤 되는 곳에 절벽을 이루고 있는 큰 바위가 있는데 그 바위아래에는 조그만한 암자가 하나 있었고 한창 나이의 젊은 중들이 정열을 쏟아 불도에 전념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 암자에 꽃다운 나이의 어여쁜 처녀가 불공을 드리러 왔었다.
암자에 여자가 오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도를 닦는데 정신을 흐리게 하는 요괴와 같기 때문이었다.
어쨌던 처녀는 불공을 드리게 되었는데 그만 암자에 있는 한 동자승에게 첫눈에 반하여 연정을 품게 되었다.
비극은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 동자승에게 호감을 갖고 추파를 던지며 암자를 떠날 줄을 몰랐다.
이 처녀의 뜨거운 가슴, 이글거리는 눈동자에 그의 태도를 눈치챈 암자에서는 마침내 이 처녀를 암자로부터 강제로 추방하기에까지 이르렀다.

암자에서 쫓겨난 이 처녀는 집에 돌아와서도 그 동자승을 잊을 수가 없었다. 활활 타오르는 불을 끌 수가 없었던 것이다. 생각하면 그리워지고 눈 앞에 아른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잊으려 하면 더 그립고 증오하면 더 연모의 정이 깊어진다.

그녀는 이루지 못한 사랑을 괴로워하며 밤낮으로 사모하다가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다. 그러나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수도승에게 가서 애원할 수고 없고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그녀는 병석에서 괴로워 하다가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웃 사람들도 그 처녀의 죽음을 안타까와 했다.
한창 피어나는 나이에 무분별한 연정으로 말미암아 인생의 참다운 멋도 모르고 죽어간 것을 아쉬워했다.
분별없는 생활태도가 목숨까지 잃게 된 것이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짝사랑하던 그 처녀가 죽은 지 얼마후의 일이었다.
달이 밝은 어느 가을밤, 동자승이 공부를 하다가 큰 바위에 올라가 잠시 쉬게 되었다. 깊어가는 가을밤 쓸쓸하고 외로웠다.
깊은 산속 수도생활이 평안한 것만은 결코 아니었다. 두고 온 가족들과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여러 가지 추억들이 일시에 일어났다.
잠시나마 마음이 산란해진 것이다. 달빛을 받으며 한숨을 쉬었다.

바로 그 때였다. 어두컴컴한 달빛 아래 갑자기 큰 뱀이 나타나 동자승에게 달려들었다.
놀란 동자승은 빨리 몸을 피하여 했지만 때는 늦었다.
그 뱀은 사정없이 동자승의 몸을 칭칭 감았다. 아무리 젊은이라도 뱀에게 몸을 감기니 꼼작할 수가 없다.
동자의 몸을 감은 뱀이 동자를 노려보며 말하였다.

“나는 당신을 사모하다가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한맺힌 처녀귀신입니다. 죽어서도 당신을 잊지 못하여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저의 소원은 죽은 영혼이나마 그리운 님의 품에 안겨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라도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뱀으로 변신하여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당신의 몸을 이렇게 감았으니 이제 불쌍한 소녀의 한을 풀어주소서. 사랑한다고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 주소서.”

하고 애원했다.

이 말을 들은 동자승은 너무나 뜻밖의 일이요. 놀라운 일이라 기절하고 말았다.
본의 아닌 사랑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인간이 아닌 뱀에게, 아니 죽은 귀신에게 강요당하고 있었다.
파계승이 될 것이냐 아니면 죽음을 택할 것이냐의 기로에 놓여있다.
그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속세를 떠난 수도승이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 것인가, 동자승은 마음속으로 ‘나는 벌써 속세를 떠난 몸이다. 머리를 깍고 부처님에게 귀의하고자 맹세한 몸이다. 이 한몸 다 바쳐 불도를 닦는데에만 정진해 온 사람이다. 내 어찌하여 오늘 이런 사련의 올가미에 걸려 이 지경이 되엇는가?’ 그는 마음속으로 슬픔이 북받쳤다.

“이 한몸은 이미 속세를 떠나 불가에 바쳐진지 오래입니다. 대자대비 하신 부처님과의 약속을 거역하고 어찌 시련에 눈길을 돌려 파계할 수 있으리까?”

“이 소녀의 한을 풀어 줄 수 없단 말입니까?”

“이 몸은 이미 내 몸이 아니라 불가에 바친 몸, 어찌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동자승이 거절하자 그 뱀은 단념한 듯이,

“그럼 당신과 내가 맺지 못한 사랑을 저 세상에 가서나 맺어봅시다.”

하고 동자승을 감은 몸둥이를 그 바위의 절벽 낭떠러지 아래로 날려 굴러 떨어졌다. 참으로 비참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높은 곳에서 떨어져 내렸으니 어찌 할 수 있겠는가,
동자승과 그 뱀은 즉사하고 말았다.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자 후세 사람들은 그 바위를 이름하여 상사바위라고 부르고 있다. 상사병으로 인한 슬픈 운명에 종지부를 찍은 바위이기 때문이다.
그 동자와 뱀이 죽은 뒤로는 암자의 수도자들도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도저히 거기에서 도를 닦을 수가 없었다.

한 사람 두 사람 떠나가고 빈 암자만 남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암자는 결국 망하고 말았다.

명당일수록 터가 세다고 한다. 큰 일을 하려고 하면 요괴가 발동을 한다고 한다. 도를 닦아 인생의 바른 길을 터득하여 중생들을 깨우치려고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이곳에 들어왔다.
그러나 동자의 젊은 의기도 요괴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지금도 이곳에 가면 옛날의 기왓조각이 남아 있는데 옛날에 암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이 골짜기에는 그 이후로 뱀이 득실거리고 요사이도 뱀이 많기로 이름난 골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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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0 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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