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면

함양의 전설

백정이 된 효자 [어머니 눈을 뜨게 한 효자의 정성]

안의면 교북리는 다른 마을에 비해 전설적인 이야기가 많이 산재해 있는 고장으로 후암, 관북, 교동 3개의 자연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후암은 속칭 ‘맥부리’라 하여 옛날에 후암사라는 절이 있어서 그렇게 불리워지고 있다고 하며 관북은 ‘역말’이라 하여 옛날에 역참이 있던 것이라 하고 또한 안의 현청의 북쪽에 있다고 하여 그렇게 불리워졌다고 한다.
교동은 향교가 있는 마을로서 세 마을의 중심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교동에서 100m 정도 올라가면 큰 바위가 있고 그 바위 위에 비석 하나를 발견할 수 있는데 조씨라는 성만 전하는 사람의 효행을 기리기 위한 효자비이다.
천민이라고 해서 이름을 쓰지 않고 비석을 세워 준 것만으로도 후대해 준 것으로 여겼던 것이다.

주민들로부터 백정비라고 불리우는 이 비석의 내력은 다음과 같다.


옛날 이 마을에 앞을 보지 못하는 늙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효성이 지극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는 나이가 들어 결혼할 때가 훨씬 넘었지만 앞 못보는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일평생 홀로 지내기로 마음먹었다.
결혼을 해서 며느리에게 구박을 받을까 염려해서 매일매일 어머니 시중을 스스로 들고 어머니 봉양하는 일에 정성을 쏟으며 세월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을을 지나가던 탁발승 하나가 그의 집을 찾아와서 효자 아들에게 말을 건네었다.

“어머니의 눈을 뜨게할 수 있는 길이 있기는 있는데....”

그 말에 효자는 눈이 번쩍 띄었다. 그는 탁발승에게 다그쳐 물었다.

“눈을 뜨게 할 수 있다구요?”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서.....”

“그게 무엇입니까? 어떤 일이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어머니의 눈을 밝게 할 수만 있다면 말입니다.”

“어머니는 소의 간을 일천개만 구해서 잡수시면 눈을 뜰 수 있을 것이오.”

“감사합니다. 꼭 실천하겠습니다.”

그러나 소가 귀한 옛날 값비싼 소의 간 일천개를 도저히 마련할 길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며칠 동안 깊은 시름을 하던 차에 이젠 다른 일을 다 그만 두고 소잡는 기술을 배워서 소만 잡으러 다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백정이 되어 소의 간을 구해 보자.”

그러나 백정이 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가장 천한 천민중의 천민으로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게 된다.
늙은 어머니를 위해서 어떠한 일이라고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스스로의 신분을 포기하고 천민이 되고자 한 것이다.

백정이 된 그는 각 고을을 뛰어다니며 소잡는 곳이 있으며 어디든지 찾아가서 소를 잡아주고 간을 얻어왔다.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수십리 수백리 땅끝까지라도 찾아다니며 일할 수 있다는 각오로 부지런히 소를 잡아서 간을 구해 왔다.
어머니가 잡수신 소의 간이 일천 개가 가까워질수록 효자는 더욱 힘이 솟아나고 신이 났다. 머지않아 어머니께서 눈이 밝아진다고 생각하니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처럼 너무나도 즐거웠다.
사방을 뛰어다녀도 피곤치 않았다 효자의 정성과 노력으로 드디어 마지막 일천개째의 간을 구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가 마지막 일천개째의 간을 마련하여 부푼 가슴을 안고 밤낮없이 집을 향해 달려오고 있을 때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호사다마라더니 어려운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하늘도 무심하게 억수같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장마철이 되어 이제부터 장마가 시작되었다.
쏟아지는 비에 강물이 범람하여 도저히 강을 건널 수가 없었다.
그는 어떻게 할 다른 방도가 없었다. 장마비가 멈춰주기를 하나님께 빌고 또 빌었다.

며칠이 지나자 소의 간은 변질이 되어갔으니 효자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하나님께 빌었다.
이 간이 썩기 전에 어머님께 갖다 드리게 해달라고,

그러자 구비치는 강물 위에 난데없는 조각배가 상류에서 이리로 떠내려오고 있었다.
가까이 오면서 물가로 밀려나오고 있었다. 그는 조각배를 붙들었다.
자세히 보니 새로 만든 조각배로 그 누구도 탄 흔적이 없는 새 배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강의 상류에는 이러한 배를 띄울 곳도 없다. 만드는 사람도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어디에서 이런 조각배가 떠내려 오는 것일까?
이는 필시 효자의 정성에 감동하여 하늘에서 내린 조각배가 아닌가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긴 장대를 구해와서 장대로 노를 저어 강바닥을 밀며 타고 강을 건널 수가 있었다.
그가 강을 다 건너자 그 조각배는 커다란 나뭇잎으로 변하더니 강물을 따라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효자는 그 자리에서 읍하여 하느님께 감사를 드렸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어머니께로 달려와 소의 간을 드렸다.
늙은 어머니는 그 간을 먹고 멀었던 눈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하였다.
효자 아들의 정성으로 드디어 눈이 밝아지게 된 것이다.

이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고 이 고을에서 저 고을로 두루 퍼지게 되었고, 마침내 조정의 관리들로부터 임금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어 임금님이 효행비를 내려 그의 효성을 기리게 하였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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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0 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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