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면

함양의 전설

강대무덤 [능욕을 당한 한 여인의 복수]

옛날에는 가난한 생활과 양반들에게 학대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 견디다 못해 산으로 도망을 가 산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흉년이 들거나 민심이 흉흉해지면 도둑들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설치게 된다. 여기에도 그 도둑들로 말미암아 생긴 이야기가 있다.


안의면 귀곡마을에서 초동마을로 넘어가는 고개는 옛날에 산도둑이 심해서 고개를 넘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만 넘어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런데 초동마을에서 귀곡마을로 시집을 간 여인이 하나 있었다.

하루는 초동마을의 친정댁으로부터 어머니께서 병환이 나셔서 무척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게 되었다.
효성이 지극한 그녀는 어머님의 위독한 병환만 생각하며 산도둑이 많다는 사실은 까마득하게 잊고 초동마을을 향해 잽싸게 걸어가는 길이었다.
그러나 험한 고개라 마음만 급했지 그리 빨리 갈 수는 없었다.

그런데 친정어머니가 빨리 쾌유하기를 마음 속으로 기원하면서 허둥지둥 산길을 걸어 한 참 올라가고 있노라니까 어디선가 껄껄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더니 숲속에서 험상궂은 산적 몇 사람이 그녀에게로 몰려오고 있었다. 그녀는 산적들을 보자 깜짝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어디로 가시나이까, 아씨?”

산적들은 희롱하는 말투로 그녀에게 다가와 끈적거리기 시작하였다.

“저 친정 어머니께서 병환이 나셔서 위독하다고 하여 급히 가는 길이니 도와 주십시오.”

진정으로 산적들에게 애원하며 말하였다.

“어어, 그 아가씨 효성도 지극하시구먼. 그런데 그 보자기엔 뭐가 들었나? 한 번 구경 좀 해보자구.”

“어머니께 드릴 약초입니다. 제발 그냥 보내주셔요.”

“뭔가 보자구.”

산적들은 그녀가 들고 있던 보자기를 빼앗아 끌러보았다.
그러나 약초 뿌리 몇 개가 쌓여 있을 뿐이었다.

“허 참. 소득이 없구만. 하는 수 없지. 옛부터 꿩 대신에 닭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살려주세요. 한 번만 도와주시면 평생의 은인으로 생각할 터이니 힘없는 아녀자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시오.“

그러나 난폭하고 비정한 도둑놈들이 어찌 위급한 사정을 알며 동정심이 발동할 수 있겠는가? 애원하는 사정도 아랑곳 없이 산적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에게 달려들어 기어코 욕을 보이고 말았다.

정조 관념이 강했던 옛날이기에 그녀는 남편에게 큰 죄를 범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는 허탈한 마음과 절망감으로 몸을 가눌 수가 없었다. 자기의 몸이 더러워졌으니 다시는 그의 낭군을 대할 면목이 없었다.

친정으로 돌아가 어머니의 병환을 극진히 간호한 결과 어머니의 병환은 다행히 쾌유되었으나 양심의 가책이 되어 도저히 시가로 되돌아갈 수가 없었다.
남편이 자기가 산적들에게 당한 사실을 다 알고 있을 것같았다.
그리고 조롱하고 힐란하면서 자기를 문안에도 들어서지 못하게 할것 같았다. 수치심과 낭패감으로 우러러 하늘을 쳐다볼 수 조차 없었다. 괴로움과 슬픔속에서 너무나 상심한 나머지 시름시름 병을 앓기 시작하였다.

“오냐 두고보자. 이 산적놈들아, 내 죽어서 귀신이 되어서라도 빚을 갚아주리라.”

하고 중얼거리며 앓다가 그녀는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한 많은 그녀는 숨을 거두면서도 바로 눈을 감지 못하고 무주고혼이 되어 산적들에게 기어코 빚을 갚으리라 하였다.

그녀는 죽었지만 귀신이 되어 그를 욕보이고 괴롭혀서 죽음에 이르게 한 산적들에게 한 놈은 뽕나무에 목을 매어 죽게 하였다.
그리고 한 놈은 물에 빠져 비참하게 죽게 하였고 또 다른 하나의 산적은 불에 타서 죽게 하였다.
그녀는 귀신이 되어 자기를 욕보인 모든 산적들을 이런 저런 방법으로 다 죽여버리고 말았다.

그후 마을 사람들은 아무리 흉악한 산적이라 할 지라도 그들의 시체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어서 시체들을 모아 무덤을 만들어 주었다.
산적들의 무덤을 후에 강대무덤이라고 하였다.
여자가 원한을 사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있다.
한 여인의 애원함을 돌아보지 않은 산적들은 무참하게 죽어갔다.

그런 일이 있은 후로는 귀곡마을과 초동마을을 오가는 사람들은 아무리 재를 넘어도 두 번 다시 산적들에게 시달림을 받지 않고 욕을 당하는 일도 없어 평화롭게 고갯길을 오갈 수 있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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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0 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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