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면

함양의 전설

뽕밭에 얽힌 사랑 [불행한 머슴과 주인집 딸의 비련]

옛부터 우리 고장은 양잠이 성행하였다.
그래서 뽕밭에 뽕따러 가서 일어나는 사랑 이야기나 명주 길삼에 얽힌 애처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져 오고 있다.
옛날에는 길삼이 여인들의 주업이였기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많은 애환이 깃들어 있게 마련이다. 여기에 노동 민요인 함양 양잠가를 소개하고 전설로 전해 내려오는 뽕밭에 얽힌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기로 한다.

너는 죽어 만첩 청산 고드름 되거라
나는 죽어서 아-봄바람 될거나
에헤뒤야 에헤뒤야 두견이 울음운다.
둥둥 가실 너 불러라
어여 밭가에 섬섬섬섬 뽕나무 심어라
아버지 어머니 명주 옷감이 분명구나
둥둥 가실 너 불러라

옛날에는 가난한 생활로 인해 나이가 많도록 장가를 가지 못하는 예가 많았었는데 이 곳 백암산 기슭에도나이가 서른살이 되도록 장가를 가지 못한 인이라는 노총각이 살고 있었다.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나 불행하게도 어려서 부모를 잃고 어릴 때부터 부자집 머슴으로 살아가는 총각이었다.

불행한 사람은 불행이 연속적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인은 부모를 여의고 어려서 천연두, 홍역 등 돌림병을 치르며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일찍 남의집에 고용되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고생을 하였다.

그런데 인은 어려서 앓은 돌림병으로 심한 곰보가 되어 얼굴이 보기 흉할 정도로 험상궂은 생김새가 되었다.
그의 흉한 모습 때문에 동네 사람들마저 그를 가까이 하려 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말조차 하기를 꺼려하고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세상에 사람은 많았지만 그는 가장 외로운 외톨이었다.
늘 고독을 느끼며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인은 마음이 약하면서도 따뜻하였고 무뚝뚝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오로지 주인집 일 밖에 모르는 충직한 일꾼 중의 상일꾼이었다.

그는 미련할 정도로 부지런히 일을 하였더
그러나 사람은 철이 들고 나이를 먹으면서 일만 열심히 한다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복사꽃이 달빛처럼 온 동네를 훤히 밝히고 두견새가 애절하게 우는 밤이면 인은 잠자리를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움에 사로잡히고 외로움에 몸부림치기도 하였다. 더군다나 주인집 딸이 들려준 두견새에 얽힌 이야기는 아직도 귀에 쟁쟁하고 다정다감하게 이야기하는 그 모습은 눈에 아른거렸다.

주인집 딸의 이름은 수분이라고 하는데 하얀 얼굴이 보름달처럼 탐스러웠다. 피부에 솜털이 가시고 가슴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서부터 피어나는 꽃처럼 더욱 아름답게 보였다.
그 미모는 아침 이슬을 머금고 피어나는 복숭아꽃처럼 아름다워 보였고 초생달처럼 애처로와 보였다.

수분이는 험상궂게 생긴 인을 멀리하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그를 동정하고 다정하게 대해 주곤 하였다.
얼마전에 그녀는 인에게 두견새의 전설을 들려주었던 것이었다.

“서로 사랑하고 다정하게 지내는 한쌍이 두견새가 있었대요, 너무나도 뜨겁게 사랑했대요, 그런데 우연히 아내 두견새가 병이 들어 앓다가 죽고 말았대요, 그러자 짝을 잃은 남편 두견새는 아내 두견새를 찾아 애절하게 부르짖고 있답니다. 소쩍소쩍 하고 끝없이 부르다가 목에 피를 토하고 말았대요, 그 두견새가 흘린 피자욱마다 두견화(진달래)가 붉게 피어났대요.”

수분이는 인에게 애처로운 두견새 애기를 들려주었다.

인에게는 이 이야기가 이상하게 남의 이야기 같이 들리지 않았다.
점점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를수록 인의 가슴속에는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 뼈속까지 사무치도록 사랑하는 여인, 그는 바로 인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는 수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분은 뽕밭에서 오디를 따먹고 있었다.
그 때 뽕밭 저쪽에서 뽕나무 가지를 헤치고 뭔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수분이는 산짐승이 다가오는 줄 알고 급히 도망가다가 발을 헛디뎌 언덕 밑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수분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인은 뽕을 한짐 따서 가마니에 담아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오려는데 언덕 밑으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뽕나무 가지가 무성하게 우거져 보이지는 않았지만 틀림없이 사람의 신음 소리였다.
짐을 내려놓고 급히 뽕나무 가지를 헤치며 언덕 아래로 내려가 보니 인이 그토록 사랑하는 수분이었다.
언덕아래 쓰러져 혼미한 정신속에서 신음하는 수분은 주인집 딸이기 전에 한 남자가 지극히 사랑하는 여인이었다.

그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여인을 껴안았다.
수분은 달아나다가 풀속에 가려진 돌멩이를 부딪혀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에 상처가 나서 빨간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는 옷을 찢어 수분의 머리를 싸맨 후 두근거리는 마음을 추스르며 그녀를 등에 업고 의원에게로 달려갔다.

그런 일이 있은 후 마을에서는 이상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나돌기 시작했다.
수분을 구한 인의 행동에 불미스런 눈총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소문은 점점 더 악성으로 변하며 퍼져나갔다.
처음에는 두 사람이 서로 마음이 통한다느니, 서로 좋아 한다느니, 하는 소문이 점점 시간이 흐르자 나중에는 인이 수분을 겁탈하려 하여 수분이 반항하는 바람에 다쳤다는 소문으로 퍼져나갔다.

또 한편으로는 벌써 수분이가 험상궂은 인에게 당하고 그의 씨를 가졌다는 소문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결국 이 소문은 수분의 부모들에게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따라서 인은 주인집 하인들로부터 모진 몰매를 맞고 그 집에서 쫒겨나고 말았다.

“악질같이 나쁜 놈아, 너는 절대로 이 동네에 얼씬거리지 말라. 다시 나타나면 그 때는 두 다리를 분질러 놓고 말테다.”

수분은 인을 동정한 나머지 그 감정이 사모의 정으로 바뀌어버렸다.
그러나 인은 이 마을에서 이미 떠난 후였다.
수분은 인이 못지 않게 인을 사랑하게 되었다.

날이 가고 달이 가도 사랑의 마음은 식지 않고 오히려 기름친 장작불처럼 더욱 뜨겁게 타올랐다.
‘내 사랑을 이루지 못할 바엔 차라리 세상을 뜨고 말리라.’하고 다짐을 한 수분은 백암산 너럭바위에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버렸다.

한편 바람으로 수분의 죽음을 접한 인은 그로 인하여 정신이상이 되어 수분의 죽음을 슬퍼하는 노래를 부르면서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녔다고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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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0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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