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면

함양의 전설

감나무골 물버들나무 [마을의 화재를 막아주는 수호목]

어느 지방 어느 고을을 가도 전설은 산재해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다. 전설 가운데는 그 내용이 무의미한 것도 있지만 우리에게 교훈을 준다거나 경종을 울리기도 하고 절실한 마음을 들어내고 유머스런 흥미거리로 전해오는 것도 있다.

지곡면 시목리 감나무골 동구에는 의좋은 삼형제처럼 물버들나무(갯버들)세 그루가 서 있다.
대부분 마을 앞에는 느티나무나 미류나무, 팽나무 같은 것들이 서 있게 마련인데 이 마을에는 특이하게 물버들나무가 서 있다.
동네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기도 하고 지나가는 나그네들의 커다란 위안과 기쁨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느티나무처럼 가지가 벌어지고 펑퍼짐하게 드리워지지는 않았으나 그런대로 가지가 옆으로 뻗어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에는 시원스럽고 즐거운 그늘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노인들이 종일토록 나무 밑에 앉아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뙤약볕 아래 땀을 흘리며 농사일을 하는 농부들의 땀방울을 식히는 휴식처이고 조무래기들의 즐겁고 재미있는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물버들나무는 대개 아무데나 심고 어디서나 자생하는 나무가 아니다.
물로 생명을 유지하기 때문에 물기가 많은 호수가나 늪지대, 못가에서 잘 자라는 나무이다.

우리가 여행을 한다거나 대처로 떠돌면서 여러 고을을 지나다 보면 물버들이 자라지 못할성싶은 곳에서 자생하고 있는 경우를 가끔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잘 살펴보면 그곳의 지명이나 동명에 흔히 천(泉, 川)자라든지 정(井)자라든지 하는 물과 관계가 깊은 글자가 들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물과 관계가 있다거나 불과 관계가 있어 심었는지도 모른다.

이 감나무골의 물버들나무는 지명이나 동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 같다. 그보다는 불과 관계가 있는 나무라 하겠다.


이야기는 지금으로부터 백여년쯤 전으로 거슬로 올라간다.
어느날 마을 사람들이 고요히 잠 든 한밤중에 ‘불이야!’ 하고 외치는 소리가 온 동네를 울려 퍼졌다.
선잠을 깬 마을 사람들이 잠결에 놀라 뛰쳐나와 보니 캄캄한 밤중에 산너머에서 불길이 솟고 마을 전체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한 해에도 몇 번씩 크고 작은 화재가 이 마을을 찾아들곤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마을 사람 중에는 여기가 살 곳이 못된다 하여 가산을 정리하고 마을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이 마을은 그 당시에 백씨들이 모여 사는 백씨의 집성촌이었다 한다.

“왜 이런 변고가 잦을까?”

“이 동네는 아무래도 사람 살 곳이 못되는구나. 어딘들 여기보다는 낫지 않겠나.”

하고 떠나는 사람들도 사람들이지만 마을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마음이 불안할 뿐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모여서 동회를 열고 지혜를 짜내 보았다.

“왜 불이 자주 나는지 그 원인이 무엇일까?”

“저녁마다 교대로 순행을 돌도록 하지.”

“낮에 불이 나는 것을 어떻허구.”

“집집마다 우물을 파서 물을 준비하는 것이 어때?”

“물은 불을 끄는데 필요하지 불을 예방하는데 무슨 소용인가.”

“마을 사람들이 해마다 서낭당에서 동제를 지내는 것이 어떻겠나?”

“귀신이 불을 지른다던가?”

아무리 원인을 찾아 보아도 찾을 수 없었고 대책을 세워 보았자 뾰족한 대책이 나올 수 없었다.

이 마을이 화재를 입은 것은 서하면 동문산에서 불기가 비치면 마을에 불이 나곤 하였다.
온 마을이 불바다고 집집마다 불꽃이다. 지붕이 불타고 세간이 불탔다.

어떤 집에서는 식량이 타서 잿더미가 되고 미처 피신시키지 못한 돼지나 농우소까지 불에 타버리곤 하였다.
문제는 정말 보통 문제가 아니였다.

이렇듯 마을이 화마에 시달리던 어느 날 이 마을의 김노인이 하루는 꿈을 꾸었다.

큰 산이 온통 불바다가 되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꿈에 불이 나면 재수가 있고 집안이 일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마을의 불은 문제가 다른 것이다. 재수보다도 불을 막아야 한다.

김노인의 꿈에 다른 나무들은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었는데 유독 물버들나무만은 조금도 타지 않고 불더미 속에서 푸르게 서 있었다.

김노인은 꿈이 하도 신기하여 마을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여보게들 어제 밤에 내 꿈에 산에 불이 났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나무들은 불이 붙어 벌겋게 불꽃이 피어오르는데 물버들나무는 불에 타지 않더군 그래.”

“물버들나무는 평소에도 불에 타지 않는가?”

“타지 않는 나무가 어디 있대.”

“그러면 그것은 무슨 계시가 아닐까?”

“신령님이 우리 마을을 화마에서 구해주기 위해서 계시를 해 주신 것일게야.”

“그러면 우리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이에 마을 사람들은 분명히 신령님이 이 동네에 불에서 구해줄 수 있는 방책을 현몽한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동문산이 마주 보이는 마을 어귀에 물버들나무를 심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 다음날부터 마을 사람들이 동원되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삽을 들고 나왔다.
마을 어귀에 큰 연못을 파고 주위에 물버들나무를 심었다.

마을 사람들이 동원되어 노력한 보람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물버들나무를 심은 후로는 마을의 화재가 씻은 듯이 없어졌다.
감나무골 마을은 그 때부터 지금까지도 조용하고 살기 좋은 마을로 번창하고 있었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지금은 그 연못은 없어지고 두 아름크기나 되는 세 그루의 물버들나무만이 의젓하게 서서 동문산과 마을을 가로막아 감나무골 화재로부터 지켜주는 수호목으로 건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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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0 14: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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