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면

함양의 전설

강선(降仙)바구 [한 처녀 장님의 눈을 뜨게한 신선]

유림면 국계리 남쪽에는 큰 바위가 하나 있는데 신선들이 내려와 놀았다고 하여 강선바구라고 부르고 있다.
이 바위 주변이 지금은 별로이지만 옛날에는 숲이 우거지고 공기가 맑고 아름다운 곳이었다고 한다.


옛날 아주 먼 옛날 강선바구 주변에는 가끔 오색 찬란한 서기가 어리곤 하였다. 그리고 어디선가 무지개빛같이 환상적이고 휘황찬란한 음악 소리가 들려오면 사방에서 학들이 모여들어 온 땅이 복지(福地)로 변하였다고 한다.

이렇게 서기가 어리고 음악 소리가 들려오며 학들이 모여들때는 하늘에서 신선들이 봉황을 타고 내려와 바위 위에서 가야금을 퉁기고 피리를 분다고 한다.
그러면 인근 주민들은 그곳을 향해 절을하며 기도를 드리곤 하였다.

“소생의 부모님이 천수를 누리게 도와주소서,”

“저의 딸이 좋은 곳으로 시집가게 하여 주옵소서,”

“올해는 풍년이 들고 가정이 화목하게 되도록 도와 주소서,”

모두들 강선바구를 향하여 간절히 기도를 드렸다.

그런데 그 마을에서 떨어진 외딴 집에 눈 먼 처녀가 하나 살고 있었다.
그녀는 이웃마을 처녀들이 ‘빨간 진달래가 정말 아름답구나,’하고 이야기할때면 어떤 색깔이 빨간 색인지 알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웃마을 처녀들처럼 이산 저산을 누비면서 예쁜 꽃을 꺾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꽃이 어디 있는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그녀를 보고 '어머, 모란꽃보다 더 탐스럽고 아름답구나' 하고 말할 때면 자기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면경을 보고 싶었다. 또 모란을 보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강선바구에 내려와 놀고 있는 신선에게 찾아가 자신의 슬픔을 하소연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 선경에서나 있을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어머, 저리도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그녀는 그렇게 아름다운 음악을 처음 들었다.
세상 사람들의 음악이 아니라 천상의 음악이 틀림 없었다.

그녀는 그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지팡이를 짚고 더듬으면서 찾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발을 헛디뎌 넘어지고 가시에 긁히고 하여 이마에서 선혈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마에서 피가 흐르고 있는 것도 잊고 음악이 흐르는 곳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한편 강선바구에서 피리를 불고 있던 신선 하나가 저 멀리에서 자기들을 향해 찾아오는 사람을 발견하였다.
자세히 보니 여자였으나 술취한 여자처럼 비틀거리는 것같기도 하고 다리를 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였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보니 아리따운 처녀였고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오다가 또 넘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신선은 애처롭게 생각하여 불던 피리를 멈추고 그녀에게로 가려고 일어섰다.
다른 신선들도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녀를 향해가려는 신선을 보면서,

“공, 무슨 일을 저지를려고 하오. 자중하시오. 인간에게 말을 건네거나 접촉을 하면 두 번다시 천상으로 가지 못하는 사실을 모르오?”

“아니오. 난 저 처녀가 너무나도 애처로워 견딜 수가 없소.”

“허, 사사롭게 생각해서는 안 되오. 어떻게 인간을 만날려고 하오.”

“아닙니다. 저렇게 앞을 보지 못해 넘어지는 처녀를 돕지 않을 수 없소이다.”

신선은 그녀에게로 달려가 그 처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처녀의 이마에는 빨간 선혈이 쉬지않고 흘러내렸다.

“낭자 어디를 가려고 합니까?”
신선은 애처로운 마음을 숨기고 그녀에게 물었다.

“소녀는 보시는 것처럼 앞을 보지 못하옵니다. 좀 전에 아름답게 피리를 불고 가야금을 연주하던 신선께 빌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기에 그곳 신선들께로 가옵니다. 소녀에게 신선들께로 인도하는 은혜를 베푸시면 각골난망이겠사옵니다. 하늘을 오르기 전 그곳으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처녀가 말하였다.

“집이 어디오?”

“저기 재너머에 있사옵니다.”

“그럼 부모형제 중 누군가의 인도로 찾아가면 쉬 갈수 있지 않소?”

“소녀는 부모형제가 없사옵니다. 난리에 모두 잃었사옵니다.”

그 말에 신선은 더욱 마음이 아팠다. 옷을 찢어 처녀의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주고 싸매 주었다.

“낭자, 낭자의 집으로 갑시다. 내가 내일 날이 새기 전에 그대의 눈을 치료해 드리리다.” 이에 낭자는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의원이십니까? 소녀의 눈은 인술로는 치료할 수가 없답니다. 오직 신선들만이 고칠 수 있다 하옵니다. 빨리 신선이 있는 곳으로 인도하여 주옵소서.”

“낭자, 나는 그대의 눈을 밝게 할 수 있소이다. 내말을 믿으시오. 그러니 어서 그대의 집으로 갑시다.”

처녀는 너무나도 신중히 말하는 목소리에 더 이상 거부할 수 없었다.

“정말 소녀의 눈을 밝힐 수 있는 의술을 갖고 계시옵니까?”

“그렇소이다. 제 말을 믿어주시오.” 그렇게 하여 그의 손을 잡고 그녀의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처녀의 집에 닿은 신선은 옥황상제님께 뼈에 사무치도록 기도를 드렸다. 죄송한 마음 금할 길이 없었으나
이 눈먼 처녀를 보호해 주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같아 어쩔 수가 없었다.

“보세요, 정녕 소녀를 어떻게 치료를 할 수 있사옵니까?”

“그 방법을 나도 잘 모릅니다. 그러나 내일 아침 밝은 태양을 볼 수 있을 것이오.”

“무슨 말인지 소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소?”

“아닙니다. 믿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옵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이 사내가 누구이기에 자기를 치료해 주려는지 몹시 궁금하였다.

“저에게 은혜를 베푸시려고 하는 분이 누구인지 궁금하옵니다.”

“인간은 비밀을 가지고 있을 때가 아름다울 수 있소이다.”

신선과 처녀는 하룻밤을 함께 지내게 되었다.
처녀는 강선바구를 찾아 가느라 힘이 들고 피곤했는지 일찍 잠이 들었다.
신선은 창호지를 통해 비쳐들어오는 달빛으로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천상의 상제님께 그녀의 눈이 밝아지도록 간절히 축원하였다.

그 때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난 너를 잃어 한없이 슬프도다. 그러나 하늘의 계율을 어긴 너를 용서하려 하노라. 너의 마음이 너무나 갸륵해서 내가 그 처녀의 눈을 뜨게 하려고 하니 부디 그 처녀와 행복하게 살도록 하여라. 이 밤이 지나면 너의 몸에서 천기가 모두 빠져나가 너는 인간이 되리라.”

“감사하옵니다. 아바마마.”

멀리 마을에서 새벽닭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 때 처녀는 습관적으로 깨었다.
그녀는 닭이 울 무렵이면 깨어나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곤 하였다.

이날은 그녀에게 매우 뜻깊은 날이었다.
왜냐하면 여명의 시간, 희뿌옇게 무엇이 보이기 시작하였던것이다
그녀는 눈을 다시 감았다가 떠보았다.

틀림없이 시렁이 희미하게 보였고 필요한 것을 담아두는 벽에 걸린 구덕이 보였고 하얗게 밝아오는 문이 보였다.
더욱 기쁜것은 어제 만난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날이 새고 밝은 아침이 되었을 땐 그녀는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 저것이 해로구나. 아, 눈부셔라. 저것은 나무구나. 어머 나무들의 생김새가 모두 다르구나. 어머, 보석같은 색깔들. 이것들이 색깔이구나. 신기하여라. 아, 희안하여라.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가 신비였다.

“낭자, 어떻소?”

“너무나도 좋아요.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누가 만들었을까요? 보셔요 모란꽃이 어느 것이예요?”

“모란꽃은 보이지 않네요.” 하고 말한 신선은 저기 나무 사이로 핀 진달래를 꺾어와서 이것이 진달래꽃이라고 그녀에게 주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워요.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 진달래인가요?”

“그렇게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낭자의 마음이 아름답기 때문이오.”

“그런데 당신은 누구이옵니까? 내 눈을 뜨게 하신 당신은?”

“그건 내가 한 일이 아니오. 낭자의 마음이 하도 갸륵해서 천상의 옥황상제님께서 그대의 소원을 들어주신 것이오.”

“당신이 소녀를 위해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를 한 덕분이겠지요.”
처녀는 너무나도 반갑고 감사해서 사내의 두손을 꼭 잡았다. 그들은 서로의 피가 뜨겁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낭자, 나와 함께 살아 주겠소? 우리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힘을 합쳐 살아가기로 합시다.”
사내는 처녀의 두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하였다. 서로의 눈빛은 햇빛보다도 뜨거운 걸 느낄 수 있었다. 처녀는 눈물을 흘렸다. 말로 표현 할 수 없이 감사와 기쁨의 마음은 눈물이 되어 두 볼을 타고 흐르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이리하여 부부가 되어 꽃같은 삶을 살게 되었다.
그들은 아들 딸을 낳고 이웃을 도우며 행복한 삶을 누렸다고 한다.
한편 그날 이후 강선바구에는 신선이 내려오지 않았다. 다만 강선바구가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걸 기념할 수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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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0 14: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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