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천면

함양의 전설

여장군 넋을 달랜 이서구 군수 [담이 큰 선비의 모험]

휴천면 목골에 함양 여씨(咸陽呂氏) 여장군의 묘가 있다. 그 묘소는 풍수지리에서 노서하전(老鼠下田)이라고 하는데 늙은 쥐가 밭에 내려온 지형이라는 말이다.

고려말의 일이었다.
당시 왜구들이 자주 침입하여 우리 민족을 살상하고 재물을 노략하던 시대였다.
함양에도 왜구들이 자주 나타났고 이웃 남원시 운봉면에는 이성계 장군이 왜구들을 크게 무찔렀다는 황산대첩의 유적지가 남아 있다.

여장군은 그 당시 활약했던 인물로서 세상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지났다.
그 후손도 집안도 없었던지 장군의 묘를 관리하지 않아 황폐해지고 말았다.
봉분도 허물어졌으며 제사도 지내지 않아 그의 이름은 잊혀져 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함양에 군수가 부임하면 오는 사람마다 모두가 첫 날 밤에 죽고 말았다.
일이 이렇게 되자 함양군수로는 아무도 오지 않으려고 하였다.
또 가면 죽을 터인데 죽음을 자청하여 죽으러 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 때 전라감사를 지낸 바 있는 이서구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관직을 쉬고 있을 때라 친히 상감을 배알하고는

“소인이 함양고을 군수로 가겠습니다. 윤허하여 주옵소서.”

하였다.

이렇게 하여 이서구가 함양군수로 부임하게 되었다.

그는 담이 크고 용기를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가 자청한 것은 벼슬을 탐해서가 아니라 함양고을의 비밀을 파헤쳐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함양군수가 되어 함양고을을 향하여 가면서
'왜 군수들이 첫날밤에 죽게 되었을까? 살해당한 흔적도 없고 독살당한 것도 아닌데 첫날 밤에 모두 죽은 이유가 무엇일까?'

군수들의 죽음에서 한결같은 것은 모두가 급사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을 품은 귀신의 소행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거듭하였다.

함양에 도착한 이군수는 동헌의 식솔들을 시켜서 양초를 있는대로 사들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동헌 주변에 모두 양초를 세우고 저녁에 대낮같이 불을 밝혔다.

그런 후 이군수는 곡주를 한사발 들이키고 동헌에 앉아 한밤중이 되기를 기다렸다. 마음을 단단히 다져먹고 앞으로 일어날 사태를 기다리며 책을 일고 있었다.

삼경이 지난 후 갑자기 조용하던 밤이 어수선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구름이 일고 천둥 번개가 치기 시작하였다.
바람은 차츰 광풍으로 변하고 대문이 들짝거리더니 급기야는 그 큰 동헌의 문짝마저도 열렸다 닫혔다 하였다.
그리고 동헌 주변 촛불은 모두 꺼지고 말았다.

이군수는 을씨년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담대하고 용기있는 이군수라도 겁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 군수는 마음을 옥죄어 다녀먹고 닥쳐올 일을 기다렸다.

“무슨 소원이 있었기에 이렇게 하십니까?”

다시 밤 기운은 잠잠해지고 구름이 벗겨지고 달이 나왔다.
그때였다. 어떤 장군이 투구를 쓰고 갑옷을 입고 장창을 들고 나타났다.
무서움 때문에 소름이 끼칠 지경이었다.

그 장군은 마루로 올라왔다.
신임 군수도 자기도 모르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 자리에 그 장군이 앉았다.

“음, 나한테 절을 하라.”

하고 그 장군은 말했다.
이군수는 보통 장군이 아니다 싶어 절을 하였다.

“오늘이야말로 참말로 명관을 만났구나. 그동안 함양군수들이 왔다하여 내 소원을 말하여 한풀이를 할려고 하였더니 그 애숭이 같은 것들이 겁을 먹고 나자빠져 죽고 죽고 해서 여태까지 소원을 못 풀었는데 오늘이야 명관을 만나 내 소원을 말하게 되어 반갑기 짝이 없구나.”

하고 그 장군은 이군수에게 말하였다.

“내 소원은 다른게 아니라 이곳에서 10리 밖에 있는 휴천골 목동이라는 동네가 있는데 거기에 묻혀있느니라. 나는 고려말 왜적을 만나 싸우다가 병졸들이 다 죽고 나 역시 죽게 되었다. 그런데 그곳에 있는 내 무덤이 허물어져 백골이 들어날 지경이야. 기갈(飢渴)이 자심해. 군수에게 이런 얘기를 해서 내 무덤을 다시 손을 보고 제사를 지내줄 것같으면 나와 병졸들이 기갈을 면하고 편히 영면할 것 같아서 그 소원을 풀어 달라고 하려는데 군수들이 다 죽고 말았어. 그래 오늘 신임 군수는 소원을 풀어주겠는가?”

“예, 제가 편히 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여장군은 연기처럼 사라져 버렸다.

이튿날 아침, 아전들은 거적데기를 가지고 동헌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틀림없이 신임 원님이 죽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이서구 군수는 큰 기침을 하고 방문을 열고 나오는 것이었다.
오히려 아전들이 군수가 살아있는 것이 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여봐라, 너희들 오늘부터 이 고을에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육방 관속들은 모두 정상적인 공무에 임하길 바라노라. 그리고 이방은 노인잔치를 할 수 있도록 술과 떡을 준비하고 이 고을 노인들을 모두 불러라.”

이렇게 하여 노인잔치를 하면서 간밤에 나타난 여장군에 대해 불었다.
그 중 한 노인이 잘 알고 있었다.

이서구 군수는 휴천에 친히 찾아가 허물어진 무덤을 발견하고 봉분을 다시 고치고 비석과 상석을 장만하여 장군의 묘답게 만들었다.
그리고 위토답을 장만하여 제사를 지내게 하였다.

그런 후에는 함양고을이 잠잠하여 아무 탈없이 평화롭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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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0 1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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