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

함양의 전설

황대마을 효성바위 [망나니가 개심하여 효자가 된 청년]

지금으로부터 200여년전 함양군 안의면 월림리 황대마을에는 우씨성을 가진 농부 내외가 슬하에 자식하나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옛 말에 무자식이 상팔자란 말이 있으나 우씨에게는 자식 없는 생활이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 부부는 하늘을 쳐다보며 부모를 괴롭히는 자식이라도 좋으니 천지신명께서 자식 하나만 내려달라고 간절히 빌었다.

하늘이 도왔는지 모르지만 그로부터 10달이 지나자 자식을 얻게 되었다.
늘그막에 얻은 자식이라 귀엽기도 하고 사랑스러워 옥이야 금이야 사랑만 주면서 기른 것이다.

이렇게 되자 부모를 때리는 것은 보통이고 심지어 남의 집 물건을 망가뜨리고 부수기까지 하였다. 하도 망나니로 자라서 그의 부모는 눈만 뜨면 자식 걱정으로 나날을 보내야 했고 남의 물건 배상하기가 일쑤였다.

동네 사람들은 배우지 못한 후레자식이라고 욕설을 하기까지 하였다.
못된 자식 때문에 자기들 자식까지 버리게 되었다며 우씨 부부에게 항의를 하였다.
이러기를 20살 때까지 계속하였으니 부모님의 마음이야 오죽이나 했을라고.

그러던 어느 날 우물에 물 길러 나온 양가집 딸을 희롱하였는데 그 규수가 이 망나니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도전을 하여 왔다.

“짐승같이 생긴 자가 왜 이러는가 ?”

“너, 내가 무섭지도 않니?”

“무섭기는 무엇이 무서워, 사람이 짐승을 무서워 한다면 그게 사람이냐?”

하고 망나니에게 충고를 하였다.

“아니 내가 짐승이라고, 나는 사람인데 왜 짐승이라고 하느냐?”

“그게 사람의 할 짓이냐. 짐승들이나 할 일이지. 그러니 당신은 짐승이 아니고 무어냐 말이요.”

“짐승? 내가 짐승이라!”

'그렇다면 내가 한 행동은 다 짐승이나 할 짓이었구나! 내가 크게 잘못하였구나' 하고 그는 뉘우쳤다.

그날부터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괴로워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죄의식에 사로잡히면서 그 규수의 매력에 끌려 술 마시고 행패 부리는 행동을 중지하고 그 규수를 짝사랑하기에 이르렀다.
술을 마시고 집에 오면 온갖 행패를 다 부리던 자식이 밥도 먹지 않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앓아 눕게 되었다.

동네 부녀자들은 '이상하다. 그렇게 불량배처럼 행패를 부리던 망나니가 갑자기 술을 끊고 보이지 않으니 정말 이상하구나' 하며 동네가 조용해진 것을 오히려 불안해 하고 있었다.

그 불량 청년은 자리에서 일어나 낭자를 찾아갔다. 그의 아버지에게 글공부를 할 수 있도록 주선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그 낭자의 아버지는 동네 훈장이라 이 망나니를 사람을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하고 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다.

낭자가 망나니 총각을 찾아가

“개과천선하고 글공부에 열중하겠다면 아버지 밑에서 공부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자.

“낭자 맹세코 글을 배워 훌륭한 사람이 되겠소. 그러니 제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이 때부터 망나니가 마음을 고쳐먹고 서당에 들어가 글을 배우기 시작하니 같은 서생들보다 더 빨리 글을 이해하고 날로 실력이 향상되어 갔다.

이 때 훈장은 속으로 '이 사람이 우리 동네에서 제일가는 효자가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며 그 청년의 앞날을 점쳐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서당에서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땔나무를 해다가 부모님 방에 군불을 지피고 나무를 팔아서 고기를 사다가 부모님을 봉양하기도 하고 수족을 주물러 드리며 새벽문안을 드리기도 하였다.

훈장의 딸과 만나면 연정을 보내기도 하고 물 긷는 것을 도와주기도 하여 끝내는 사랑으로 연결되어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아버지 ! 망나니 총각이 비록 과거의 행동은 좋지 않았으나 학문이 날로 달라지고 부모에 대한 효성이 지극해지니 그를 지아비로 삼았으면 하는데 아버지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애야, 나도 사실은 오래 전부터 그 사람을 마음에 두었었다. 사람의 행동거지가 분명하고 머리가 영특하여 한번 가르치면 곧장 기억하니 내 사위로 삼았으면 하는 생각을 가진지는 이미 오래 되었단다. 네 뜻이 그렇다면 혼사를 치르자꾸나.”

이래서 두 사람은 뜻이 맞아 혼사를 치르고 부부가 되었는데 호사다마라고 결혼하는 날 신랑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자식에게 온갖 수모를 당하고 동네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살아오다가 겨우 자식한테 효성을 받으려는데 박복하게도 결혼식날 죽고 말았다.
또 어머니가 망령이 들어 괴롭히기 시작하였다.
젊은 부부는 기구한 운명을 맞게 되었다.
남편은 아버지 산소에서 시묘살이를 해야 하고 아내는 망령든 시어머니를 모셔야 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는 밥을 먹고도 굶겨 죽인다고 떠들어대고 삿갓을 쓰고 다니면서도 비오는 날 밖으로 내 쫒는다며 모함하는가 하면 밥에 모래를 섞어준다고 하면서 며느리를 구박하는 등 형언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삼년을 보냈다.

삼년간 시묘살이를 마치고 남편이 내려오니 어머니께서 학대했다고 하는데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어머니 보는데서 꾸중하는 것 마냥 꾸짖기는 했으나 내용을 다 알고 있는 터이라 어머니 보는데서만 그렇게 한 것이다.

심지어는 남의 집 물건을 욕심 낼만한 것은 모두 훔쳐오곤 했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물건값을 곱절로 갚아주고 어머니의 허물을 덮어주었다.
그러나 하도 말썽을 부려 아들은 어머니를 방안에서만 계시도록 가두어 놓고자 했다.
그러나 며느리는

“그러지 않아도 어머님을 모시는 일이 부족한데 방에다 가두어 두시면 부모를 학대한다고 할게 아닙니까? 그러니 그대로 두고 어머님 하시는대로 합시다.”

“이상한 일이다. 내 불효함은 모두가 알거늘 내가 어찌 효자가 되었단 말인가!”

스스로 부끄러워 손바닥을 바라보며 놀라고 있을때 망령든 어머니가 우씨 곁으로 나오며 지난 날 자신의 잘못을 모두 털어놓았다.
뇌성벽력이 울리는 순간 어머니의 정신이 되돌아 온 것이다.

“내가 너희 내외에게 많은 죄를 지었구나. 내 마음이 어떻게 되어 그토록 너희를 괴롭혔단 말인가. 이 에미의 잘못을 용서해다오.”

하며 아들 내외를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어머님 자식된 도리로 홀어머님을 정성껏 모시지 못한 것을 용서하여 주소서.”

“어머님 며느리 입장에서 시어머님을 고생시켜 드린 죄를 어찌 다 씻을 수 있겠습니까? 어머님 용서하여 주십시오”

아들과 며느리가 자신들의 부덕한 소행을 빌고 있을 때 이모습을 보고 있던 동민들은 박수를 치며 말했다.

“그래 하늘이 아는 효자로다. 그렇게 효성이 지극하면서도 효도를 다하지 못했다고 겸손해 하니 저보다 더한 효자가 어디 또 있을까?”

하고 칭찬을 하고 있을 때 훈장은 동민들을 향해 말하였다.

“동민 여러분, 우리 동네에 지극한 효자가 탄생되었소. 그렇게 불효막심하고 망나니 노릇을 하던 내 사위가 마음을 고쳐먹고 학문을 닦아 심신을 단련하고 가정을 훌륭하게 다스리며 효성을 다하더니 드디어 하늘이 아는 효자가 되었으니 우리 동네의 영광이요, 기쁨이 아니겠소. 우리 다 같이 효성바위님께 고개 숙여 축수합시다.”

모두가 절을 하고 효성바위에게 이 마을에 풍년을 이루고 동네의 안녕을 유지하게 해 달라고 빌었다.
그리고 효자가 끊어지지 않도록 지켜 달라고 고개를 숙여 절을 하였다.

인간은 배움이 없으면 사람의 근본을 모르는 것이니 모름지기 배워야 사람이 되는 법이요. 사람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인륜이요, 천륜을 따르고 인륜을 어기면 안된다는 교훈이 아니겠는가.

“여보, 당신이 어머니를 모시느라 몹시 수척해졌소. 그러니 잠시 친정에 가서 몸조리나 하고 오시오.”

“아닙니다. 어머님은 당신을 낳으신 어른이십니다. 그리고 당신을 키울때 추우면 품안에서 따듯한 체온으로 감싸 주셨고 더울땐 시원한 곳에서 키워오신 어른입니다. 그런 어른을 망령들었다고 몸을 숨긴다면 어찌 자식의 도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서방님과 함께 극진히 모시도록 합시다.”

이 말을 들은 남편은 너무나 고마워서 마음을 돌리고 부인과 함께 지성으로 어머니를 모셨다.

드디어 그 동네의 효자를 선발하는 행사가 베풀어졌다.
몇년만에 한 번씩 온 동민이 모여 효자를 뽑는 행사가 있었다.
우씨도 이 행사에 참석하였다.

“영험하신 효성바위님 ! 올해도 우리 동네 효자가 나오기를 축수 하오니 부디 효자 한사람만 내려 주옵소서.”

촌장이자 훈장어른이 바위에게 기원하며 우씨를 향하여 말하기를

“자네가 우리 동네에서는 제일가는 효자로 손꼽히고 있으니 자네가 바위에다 손을 대게나.”

“장인어른!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저는 불효막심하여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해서 온 동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있사온데 무슨 낯으로 효성바위에 손을 댈수 있겠습니까?”

“정말 효자라면 저의 친구인 칠복이가 효성이 지극하니 칠복이를 효성바위에 손을 대게 하옵소서.”

“이 사람아, 자네는 너무도 겸손이 많다네. 이미 동민들의 뜻이 별 탈없이 넘어가는 것이 자네의 지극한 효성 덕분이라네. 그러니 아무말 말고 어서 손이나 대어 보게나.”

우씨는 어쩔 수 없이 부인의 양해를 받아 경건하게 재배를 한 다음 바위에 손을 대었다.
그 순간 갑자기 먹구름이 모여들며 뇌성 소리와 함께 바위가 움푹 패이면서 우씨의 손자욱이 나는게 아닌가 ! 온 동민은 우리 동네 효자 났다고 함성을 지르며 축하를 하였다.

이후부터 이 동네에는 효자가 끊어지지 않았고 우씨 부부의 언행을 귀감으로 삼았다. 동민들은 효도에 힘쓸 뿐만 아니라 화합하는 마음을 더욱 돈독히 하였다.

이 마을에서는 효성이 지극한 사람이 이 바위에 손을 대면 그 영험으로 손을 댄 사람의 손자국이 난다고 하여 이 바위를 『 효성바위』라고 부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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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과 문화예술담당 (☎ 055-960-4510)
최종수정일
2023.08.17 13: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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